[책]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by ab7b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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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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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1338)

[옴진리교 사건](https://ko.wikipedia.org/wiki/%EC%98%B4%EC%A7%84%EB%A6%AC%EA%B5%90_%EC%82%AC%EA%B1%B4)은 하루키에게 무척 큰 영향을 준 듯하다. 나는 그가 옴진리교 신자와 사건의 피해자를 인터뷰해 쓴 르포르타주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를 통해 옴진리교 사건을 알게 됐고, 그 글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 후로도 가끔 하루키 에세이에서 옴진리교 관련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최근 읽은 글에서는 옴진리교(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설을 읽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했다. 소설에 흥미가 없고,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 글에서 하루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한 사람들은 '픽션과 실제 현실 사이의 선을 자연스레 찾아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옴진리교에 이끌린 사람은 그 경계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다. 옴진리교 사건이 나에게 심정적으로 크게 와닿았던 것은, 만약 누군가 내게 옴진리교를 권했다면, 그리고 그를 내가 믿게만 된다면 옴진리교에 귀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오싹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류의 무모함이 내 안에 존재한다.

그 글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픽션과 현실 사이의 선을 찾아내는 훈련(혹은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픽션은 픽션이거나 (픽션이더라도) 현실은 현실이었다. 그 중간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쩌면 나는 반대로 현실에 흥미가 없고, 오히려 위화감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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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12살 때 함께 냇 킹 콜의 레코드를 듣던 첫사랑 시마모토를 주인공인 하지메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녀와 가정을 두고 동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메는 과거 순수함의 상징으로 느껴지는 시마모토에게 강렬한 애정을 느낀다. 갈등 끝에 그는 아내와 자식마저 떠날 각오로 시마모토를 선택하지만, 시마모토가 돌연 사라짐으로써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그 과정을 거쳐오며 자신의 문제를 마주 보게 된다. 나도 이 소설을 읽으며 하지메를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마주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계속 읽어나갔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하지메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했던 선택을 나도 그대로 따르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지메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결정을 따를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고도 혼란스러움이 끊이질 않았다. 당혹스러운 기분, 난생 처음으로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하지메는 하지메고 나는 나다. 막막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나만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소설이라는 것은 현실의 내 모습을 비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말을 찾았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늘 어떻게든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늘 어딘가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곤 했어. 거기에서 새로운 인격을 갖추려 했다고 생각해. 나는 이제까지 몇 번이나 그러기를 되풀이해왔지.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성장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인격의 가면을 교환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지. 하지만 어쨌든 나는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으로서 이제까지 내가 안고 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러길 원했고,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어. 하지만 결국 나는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었던 거 같아.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일 수밖에 없었어. 내가 안고 있던 뭔가 빠지고 모자란 결핍은 어디까지나 변함없이 똑같은 결핍일 뿐이었지. 아무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풍경이 바뀌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의 톤이 바뀌어도 나는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어. 내 속에는 늘 똑같은 치명적인 결핍이 있었고, 그 결핍은 내게 격렬한 굶주림과 갈증을 가져다주었어. 나는 줄곧 그 굶주림과 갈증 때문에 괴로워했고,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괴로워할 거야. 어떤 의미로는 그 결핍 그 자체가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난 그걸 알 수 있어.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가능하다면 새로운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리고 아마 난 그럴 수 있을 거야. 쉬운 일은 아니더라도 난 노력해서 어떻게든 새로운 나를 성취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 똑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게 되면, 나는 또다시 똑같은 짓을 하게 될지도 몰라. 나는 또다시 당신에게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몰라. 난 당신에게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어. 내가 말하는 자격이란 그런 거야. 나는 그 힘을 물리쳐낼 수 있다는 자신을 도저히 가질 수가 없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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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이제까지 그 힘으로부터 줄곧 도망치려 했던 거죠?”
> “아마 그런 거 같아"라고 나는 대답했다.
> 유키코는 아직도 내 가슴 위에 손바닥을 얹고 있었다. “불쌍한 사람" 하고 그녀는 말했다. 마치 벽에 적힌 커다란 글자를 읽는 듯한 목소리였다. 정말로 벽에 그렇게 씌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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