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분위기가 나면서 그에 걸맞는 가격으로 다소 투박한 느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을 좋아한다.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이, 좀 허름한 동네에서 운영하시는 곳들이다. 3~4년전까지 대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2900원짜리 잔치국수집들이 여러 이유로 사라져버렸다. 그 이유로 급격한 최저임금의 상승을 갖다붙일 수도 있고, 지금껏 그 가격에 그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장 할머니들의 기력이 쇠하셨을 것이라는 추측을 갖다 붙일 수도 있고, 저렴한 가격의 기반이 되었을 임대료의 상승을 갖다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염색공단이 끝나는 지점, 그리고 오래된 단독주택과 빨간 벽돌로 지은 빌라촌이 시작되는 지점. 그 길 건너에는 가내수공업 수준의 공장들이 밀집한 골목들에 오토바이와 자전거들이 뒤엉켜 있다. 건너는 이가 없어도 혼자 반짝거리는 횡단보도 앞에는 택시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가게의 하얀 빛이 약하게 길을 밝히고 있는 곳을 따라가니 잔치국수집이 있었다.

형광등이 몇 개 들어간 대형 간판에는 2900원이라 썼다가 3300원이라고 덧붙인 흔적이 있어서 낮에는 덧붙인 부분에 인쇄된 3300원이 읽히지만 밤에는 형광등이 안쪽에 남아있는 원래의 흔적을 더 강하게 비추는 바람에 얼핏보면 2900원으로 보이는 24시간 국숫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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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만나 새벽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와 함께 들렀다. 주문한 북성로 불고기에는 오리지널과 달리 온갖 야채들이 고기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국수에 듬뿍 넣어야 제 맛인 양념장에는 파와 양파가 없었지만 새벽의 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남아있다는 데 감사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