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2_224434.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QnvSkuG4iLFoKyLVfLjZvKFYAhvRbUiDxxJP1pNH7TB8/20190722_224434.jpg)

오래전 인터넷에 가입을 하려니 아이디가 필요하다고 하길래 
이름을 영타 자판에서 길게 쳐 넣고 집 전화 번호도 집어 넣었다. 문제는 휴대폰이나 자판 기능이 없는 곳에서는 사용하기 불편했다는 것. 그래서 dozam으로 바꾸었다.

지인 왈  "또 잔다구?"
도잠 왈  "아니 그보다 고상한 거야."

어떤 책엔가에 중국 동진 시대의 도연명陶淵明 (365~427)이라는 시인의 <책자責子>라는 시가 딱 내 마음을 위로했다.  당시 초, 중딩이었던 나의 자식들은 공부를 안했다. 운동도 안하고 음악도 안하고 책 읽기는 학교에서 했어요, 오로지 게임에만 정신이 홀라당 나가 나를 미치게 했다.

  
책자 責子

백발피양빈  白髮被兩鬢     백발은 양쪽 귀밑을 덮고

기부불부실  肌膚不復實     피부도 예전처럼 실하질 못하다.

수유오남아  雖有五男兒      비록 아들 다섯을 두었지만

총불호지필  總不好紙筆     모두 종이와 붓을 싫어하는구나.

아서이이팔  阿舒 已二八    서란 놈은 벌써 열 여섯 살이건만

나타고무필  懶惰故無匹     게을러빠지기가 짝이 없고

아선행지학  阿宣行志學      선은 곧 열다섯이 되지만

이불애문술  而不愛文術     도무지 책 읽기도 산술도 좋아하지 않는다.

옹단연십삼  雍端年十三     옹과 단은 둘 다 열세 살인데도

불식육여칠  不識六與七     여섯과 일곱조차도 분간 못하고

통자수구령  通子垂九齡      통이란 녀석은 아홉 살이 되어가는데

단멱이여율  但覓梨與栗      아직껏 배와 밤만 찾고 있다.

천운구여차  天運苟如此      하늘이 내린 운명이 실로 이 지경이니

차진배중물  且進杯中物      다시 술잔이나 기울일 수밖에.



그 옛날 대 시인도 자식 때문에 저런 재미난 시를 지었다.
하물며 평범한 우리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 알아서 척척 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 아닌가.

좀 더 알아보니, 도연명은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집 앞에 심어 오류선생이라고도 불렸고 그 유명한 <귀거래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국화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그의 이름이 도잠이다.
자세한 전기는 모르나 책자와 귀거래사만으로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래서 도잠을 아이디로 빌려왔다. 시인이 고맙다. 


@cjsdns, @floridasnail 님의 뜻에 따라 아이디 자랑을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