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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아침이 되었다.

밤새 몰아치던 비바람은 날이 밝으니 한층 가벼워졌다. 어쩌면,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은 비슷한데, 이제 태풍이 상승곡선이 아니라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에 느낀 안도감이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바람은 불었지만, 묘하게 맑아지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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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동네카페에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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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멀지 않은 카페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10분정도 걸어서 도착한 카페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외관때문에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 알 길이 없었는데, 건물을 빙 둘러본 후에야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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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혼자 운영하는 작은 이 카페는 어딘가 모르게 주인장의 색이 묻어나고, 지극히 동네적인 카페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어놓았을 법한 잡동사니들. 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가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정말 일상의 아침을 이곳에 들려 시작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행객이라 가지는 판타지일 수도 있지만, 그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다. 

이 작은 카페가 로스터리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메뉴판에서 나이트로 커피를 발견하고 좀 어이가 없었다. 나이트로는 말 그대로 질소커피라는 말인데, 설마 저 초록색 무시무시한 가스통이 질소인 걸까. 국내에서는 스타벅스에서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디야와 몇몇 프렌차이즈에서 질소커피를 취급하고 있다. 그리 많지도 않고, 개인 카페에서 만나볼 일은 거의 없다. 줄 서는 카페도 아니고 주인장 혼자 운영하는 카페에서 저 가스통을 가져다 놓고 이윤이 날지도 안날지도 알 수 없는 나이트로 커피를 판매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당황스러웠다. 

우스꽝스럽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모습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묘하게도 그 모습이 그대로 이 공간을 더 맘에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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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 모금에 모든 걱정이 씻겨져 내려가는 듯 했다. 정말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내내 태풍을 걱정하면서도 이것저것 둘러보던 탓에 곤두섰던 신경이 모두 풀어지는 것 같았다. 저녁 비행기였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 시내를 둘러볼 시간이 있었는데, 훌훌 털고 편하게 마지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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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걷고 또 걸었다. 

여행지에서 걷는 것이 매력적일 때는 어떤 목적지도 두지 않았을 때 발견하게 되는 나만의 시선이다. 이 거리만이 지닌 정취랄지,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한번도 유심히 보지 않았던 택시의 컬러랄지, 귀여운 편의점의 로고같은 것들을 자세히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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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걷다가 다다른 곳 주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는데, 여행 첫 날 저녁에 문을 닫아 허탕쳤던 라멘집이 영업중인 것을 발견하고 주저없이 들어갔다. 뜨끈하고 구수한 국물이 인상적이었던 곳에서 배불리 먹고 잠시 들린 화장실에서 더 인상적인 사진을 발견했다. 

언제였을지 모를 오래전 나하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이었다. 그 동안 느꼈던 오키나와에 스며든 아메리칸 빈티지의 순간순간들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오키나와에 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일본의 하와이같은 휴양지였다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전혀 다른 지역색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 사진 앞에서 모든 것이 정리된 듯 했다.

이런저런 감정의 기복을 온통 다 뒤집어쓴 듯한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새롭게 발견하게 된 수 많은 '시선'들이 허전한 마음을 그득하게 채워주기도 했다. 목숨은 하나이니, 조심은 해야겠지만. 애석하게도 오키나와는 내가 떠난 후 다음날 부터 날씨 완전 맑음이 되었다. 내가 본적없는 화창한 모습을 내뿜고 있겠지. 언젠가는 한번쯤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때는 가볍고 잔잔한 날씨로 나를 맞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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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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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에 떠나는 길에 모노레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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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SRcuqQlB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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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여정, 오키나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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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 앞서](https://steemit.com/kr/@emotionalp/or)
[1 설렘과 불안 사이](https://steemit.com/tripsteem/@emotionalp/tt20181018t115652304z)
[2 비워냄과 채움](https://steemit.com/tripsteem/@emotionalp/tt20181022t152817402z)
[3 호기심이 압도감으로](https://steemit.com/tripsteem/@emotionalp/tt20181028t144513764z)
[4 스며드는 빈티지함](https://steemit.com/tripsteem/@emotionalp/tt20181031t083608282z)
[5 서서히 밀려오는 엄습감](https://steemit.com/tripsteem/@emotionalp/tt20181105t044542485z)
[6 혼란 속 평온](https://steemit.com/tripsteem/@emotionalp/tt20181111t122841112z)
[7 걱정에 공포를 얹어](https://steemit.com/tripsteem/@emotionalp/tt20181113t08572677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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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hr><br/><center><a href='https://kr.tripsteem.com/post/tt20181115t042638239z'>감정의 여정, 오키나와에서 | 8 맑은 떠남</a></cente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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