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봄볕 by fgom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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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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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계처럼 꿈을 실현하는 감정 단계는 다음과 같다(내가 만듦).
<b>설렘 > 두려움 > 용기 > 수용</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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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살면서 마주친 꿈의 순간은 늘 그랬다. 형체도 없는 1차원의 막연한 꿈을 꾸어야 자유도는 높아지고 비로소 현실로 구현되곤 했다. 구체적으로 바라지 않았던 나도 적어 두지 못했던 꿈, 막연하게 키워드를 휘갈겨 놓았던 페이지를 지켜본 누군가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쁘게 포장해서 내게 ‘서프라이즈!’하고 선물처럼 내미는 거다. 마구 설렜다. 내가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는 자각도 없이 마주친 그 메시지는 봄볕처럼 마음에 쏟아졌다. 한밤중 잠이 들기 전이였음에도.

2 .	
그러나 꿈꾸던 순간을 정작 마주하게 되면 두렵다. 아이처럼 기쁘고 설레던 마음도 잠시, 마음속에는 한 가지 의문과 한가지 불안이 떠올랐다. 대체 왜 나일까?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나는 아무 도움도 못 되는데. 의심스러운 이유는 백만가지다. 손재주도 없고 일 처리도 깔끔하지 못하고 트렌디하긴커녕 대중적이지도 못하다. 사업 경험도 없고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실질적으로 만들어 낸 경험도 없다. 게다가 나는 진짜 작가도 아닌걸? 대체 왜 나지? 또 안 될 이유와 두려운 이유도 찾는다.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기는 나빠지고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임대료가 비싸지 않을까? 이게 사업 제안을 받을 방법이 있나? 집도 멀고 고정비가 나가는 걸 감당할 수 있을까? 마구 그저 감으로 할 수 없다고. 넌 게으른 사람이야. 아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나는 너무 준비되지 않았어. 사업이야, 사업! 사업은 인생을 걸고 하는 거 아닌가? 나같이 어리바리한 이상주의자가 무슨 사업이야. 못 할 거면 빨리 말해야 해. 그래야 피해가 덜 간다고. 확신이 필요해. 확신이 없는걸.


3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안에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잇몸에서 피가 나왔다. 집중하지 못한 채 커피를 내리고 어렵게 L에게 말을 꺼냈다. ‘와아아 좋겠다. 부럽다. 내가 하고 싶다.’ ‘아니 근데…’로 시작하는 불안이 담긴 문장을 열 개쯤 말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적어도 OOO 매일 밖으로 나가겠네? 그보다 좋은 일이 있나! 혼자 달나라로 급발진하지 말라고! 초조해하지 마. 지금 네가 걱정하는 그거 지금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야. 여유롭게 생각해.’ 또 조급증이 나타났구나. 문득 첫 회사에서 미친 듯이 막막하고 두려웠던 감정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그땐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는데 이건 돈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잖아.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안해졌다.


4 .	
특별한 계획 없던 월요일 아침 오늘도 또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을 먹고 푹 퍼지려는 사이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덕분에 게으름 회로에서 벗어나 준비를 하고 산책하러 나가고 작업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5 .	
나는 상상을 잘하지 못한다. 감이 안 잡히는 나를 위해 참고할만한 자료를 바로 보내주셨다. 이제 조금 모습을 알 것 같다. 이전에는 예쁘고 참고할만한 많은 공간에 다녀보고 힌트를 좀 얻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그것보다도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 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구체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이 되길 원하고 다른 걸 몰라도 서로가 진심으로 좋아할 만한 공간을 만들어봐야겠다가 제1의 목표! 우리만이 할 수 있고 우리가 잘 드러나고 우리가 행복한 공간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6 .
그래. 어쨌든 나의 가장 큰 상위목표는 사랑이 깃드는 공간이다. 내가 줄 건 사랑밖에 없으니 말이다. 출발은 항상 거기부터다. 왜 그 간단한 걸 잊고 있었지. 파트너도 손님도 또 나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봄볕을 맞이하듯 사랑을 충전하고 갔으면 좋겠다. 사랑이 어렵지 않다는 걸 자각하는 공간이길 바란다. 혼자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해보고 실실 쪼개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를 이어주는 몇 개의 키워드도 생각해보고 몇 가지 아이디어도 생각해보았다. (현실 감각이 부족한 부분은 어찌 채울지… 그러나 난 또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는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니 나를 믿자!) 아직 정해진 건 없고 망상은 공짜니 마음껏 상상해 볼 생각이다.

7 .
돌아와서 오랜만에 타로를 뽑았다. 나와 그와 우리의 관계, 조금 긴장하고 뽑았는데 결과가 신기하다. 나는 ‘태양’, 그는 ‘코인 7’ 우리의 관계는 ‘목 매달린 사람’이다. 나를 떠올릴 때 자주 뽑았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양 카드. 태양은 영혼을 따뜻하고 기쁘게 채워준다. 천하무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태양 카드는 이러한 긍정적인 힘을 다른 사람과 나누라고 권한다. 내 좋은 기운을 나눠주고 작은 행복을 오래가게 하자. 코인 7은 계획과 인내심을 상징하는 카드다. 그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씨를 뿌려왔고 지금은 작은 새싹들이 흙을 뚫고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소중한 시간이 그냥 지나가게 하지 말고 유용하게 활용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보는 그와 상당히 닮았다. 언뜻 보기에 무서워 보이는 매달린 사람은 기다림과 휴식을 취하는 행위와 관련된 카드이다. ‘자기성찰’, ‘수용’ ‘희생’의 에너지가 담겨 있으면 이기심 없는 ‘헌신적인 사랑’을 가리키기도 한다. 안정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시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또, 자신을 희생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성숙과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재미로 본 타로지만 꽤 의미심장하다.

8 .
어떤 어려움이 있든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생겨도 내내 즐겁고 사랑에 넘치고 싶다고 봄볕을 맞으며 생각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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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9일,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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