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너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부른다. 너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던 날 네가 나의 운명이라 생각했어. 내가 가장 견딜 수 없어 부정하던 시간 그게 너의 이름이더라고. 너를 부를 때만큼은 더는 과거에 미련하게 갇혀 있을 필요도 없고 실낱같은 미래를 손에 쥐려 애쓰며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는 전주곡을 부르는 것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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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넌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야. 내가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소한 사랑이 전부인 사람이야. 나는 뭐가 되었든 너를 놀려. 너를 놀리는 건 재밌고 재미가 하나도 없어. 아무리 놀려도 놀림을 받는 사람은 내가 되거든. 넌 너른 품을 가진 관대한 성직자처럼 날 사랑하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눈빛은 막 사랑에 빠진 사람의 것이야. 첫날부터 변한적 없는 눈빛으로 나를 보지. 나처럼 네가 변할 거라 확신했어. 그래서 그 눈빛이 참 별로였어. 열정만 가득한 그 눈빛이. 나는 계속해주지 못할 애정들은 다 버리라고 조언했어. 서로의 기대를 줄이자고 했었지. 너는 여러 주문을 입력어를 처리하듯이 프로그래밍화했지. 내가 요청했던 명령어 중에 네가 잊은 건 아직 없지.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 너를 늘 의심해왔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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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어색해. 어제 깨어난 듯한 변함없는 그 눈빛이 새로운 사람을 만난 듯 호기심이 듬뿍 담겨 소중한 걸 담고 있다고 온몸으로 뿜어내는 에너지가. 넌 다정하지만 다정한 말을 할 줄 모르지. 널 이상화시키고 싶진 않았어. 우린 모두 바보이고, 오래 가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겐 그런 단어가 어울리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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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처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 글을 읽지 않는다고 말했지. 그동안 아무 말 하지 않던 넌 사실 내 모든 글을 읽어왔다고 고백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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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전히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마치 우리에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중요치 않다는 말처럼 마치 우리가 함께 산 적 없는 미지의 사람처럼. 난 처음 내가 왜 좋으냐고 물었고 넌 그냥 나라서 좋다고 했어. 난 그게 성의 없는 답변이라 구박했지. 이유가 없는 게 어디 있냐고. 그 말이 진짜더라. 넌 내가 할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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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랑에 비하면 내 사랑은 편협해. 늘 변하지. 이유는 항상 있고 나는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해. 다른 많은 사람을 사랑했던 것처럼 너를 사랑하지. 절대적이지 않은 일시적이고 변덕스러운 사랑, 그렇지만 너와 함께라면 이 사랑이 뭐가 되어도 견딜 만 할 것 같아. 소중할 것 같아. 넌 처음 보는 사랑을 매일 같은 강도와 기분으로 주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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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글이 이렇게 말랑말랑한 것은 몇일 간 많이 아파서 생존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에요.
위염이 또 심하게 도져서 글이고 뭐고 제대로 앉아있지 못했네요.
2021 목표는 다신 위염 안 걸리는 걸로 바꿨습니다. 
아픈 기간 너무 잘 돌봐준.. L군을 위해 (저 같으면 산 속에 갖다버렸을 것 같아요 ㅋㅋㅋ)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글을 썼어요. 

아무쪼록 모두들 건강하시길</s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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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021년 1월 12일, 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