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연극에 기고한 글 - 연극계 페이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by hyeongjoon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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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eongjoongyoon ·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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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한국연극에 기고한 글 - 연극계 페이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연극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인이지만, 연극계의 대표 잡지인 '월간 한국연극'에 기고했습니다. 민감한 주제인 '연극계 페이'를 다뤘습니다. 연극계에는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단역과 스탭들에게 일을 맡기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현재 연극계에서 뜨겁게 진행 중인 논쟁을 다루다보니 다소 조심스러웠는데요. 감사하게도 제 기고 글이 꽤 공유되며 읽힌다고 하네요. 연극계 토론과 소통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월간 한국연극'에 허락을 얻어 이 공간에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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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페이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최근 페이스북 대학로X포럼에서 연극계 임금(페이) 문제를 접하고 연극인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봤다. 근로기준법은  세간의 인식보다 강력하고도 급진적인 법률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휴식, 퇴직금, 부당한 처벌 및 해고 금지, 재해보상, 모부성 보호 등을 일일히 규정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연극계에선 다른 무엇보다 ‘임금’이란 가장 기본적인 권리부터 걸릴 것이다. 연극계에선 공연에 참여한 배우, 스탭들에게 제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일이 드문 상태가 만연했다. 따라서 연극계에서 이 '임금'의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특히 이 문제가 내부에선 감정적인 논쟁으로 쉽게 번졌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정당화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고, 사안에 대한 비판과 존재에 대한 부정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는 연극계의 외부인이고, 한 때 연극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로에서 종종 찾았던 때가 있었지만, 육아인이 된 이후론 문화생활 전반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연극계 내부 문제에 대해 외부인이라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반면에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점도 있을 것이다. 

일단 다른 분야의 얘기부터 해보겠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문제가 되는 분야는 ‘자영업’이 고용하는, 이른바 ‘알바’ 일자리다. 최근에 많이 늘었는데도 2000명에 불과한 근로감독관들이 전체 산업현장을 관리 감독하기는 불가능하고, 자영업 분야에선 시민단체들이 불시에 조사를 할 때마다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 비율이 과반을 쉽게 넘는다. 비합법이 정상처럼 보이는 것이 이 분야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만약 자영업자들이 실제로 근로감독에 걸리거나, 신고가 접수돼 적발이 되면 어떻게 할까. 시정조치에 응해 미지급 임금을 주거나, 심하면 벌금을 내더라도 ‘워낙 어려운 자영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판하거나 무차별 고발하다니,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라곤 하진 않을 것이다. 왜냐면 자영업은 분야에 대한 ‘애정’보단 먹고 사는 문제가 중하단 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 법제도가 현실성이 있느냐, 최저임금 올리는 수준이 과도하냐는 논쟁이 있을 순 있어도, ‘애정이 없는 비판’이란 의견은 나오지 않는다. 연극계의 임금 문제보단 논의가 꼬이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연극계에선 왜 페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연극계에 애정이 없다'는  논리가 자주 등장한다. 

연극계에 애정이 있다면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공연의 오퍼레이터 일당이 1만원이라고 올린 주최측의 공고가 비판의 대상이 되자, 여러 반론이 나왔다. 반론의 주된 내용은 연극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에 정한 임금을 배우, 스탭들에게 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원래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선 참여자들이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가져가지 못하는 시장은 형성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연극계는 형성될 수 없는 장이 열리며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임금을 받아야 할 이들도 피해자지만, 임금을 줘야하는 이들의 대부분도 정당한 몫을 가져가기 힘든 구조다.

그렇다면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이 구조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며 넘어가야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던 자영업에서도 누군가는 이득을 얻고, 누군가는 다른 이를 착취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상가를 알선하는 상가컨설팅업자와 업종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 시장에서 대부분 안정적으로 이득을 얻는다. 모두가 손해 보는 시장인줄 알았지만, 누군가는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자영업자는 정보가 부족하고, 또 계약을 맺은 이후엔 ‘종속’적인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빗대서 연극계에도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극단이 위계적인가, 또 폐쇄적인가라는 질문이다. 보다 풀어서 이 질문을 적용하면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에 있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가, 극단의 내부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가이다.**

연극을 만드는 좋은 체계를 구축해야 

극단 대표가 열심히 기획, 조직, 운영하며 헌신적으로 극단을 이끌어 갔더라도,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일을 시키고 얼마의 급여를 줄지를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납득시킬 만한 정보 공유, 설득의 과정이 없었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연극계의 문화를 후진시키고, 연극이 쌓은 사회적 기반을 허문 책임도 있다. 잘못이 관행이라 해서, 정당화되진 않는다. **역사이래 수많은 잘못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반복됐지만, 역사는 잘못된 관행을 중단한만큼 진보했다. 잘못의 주체가 나름의 공로가 있단 논리는 언제나 논의를 왜곡시키지만, 그 왜곡 속에서도 본질에 다가가는 만큼 성숙한 논의가 이뤄진다. **

그렇다면 현실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관객이 부족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연극계에서 도대체 누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최저임금을 줘가며 연극을 만들 것이냐는 질문이다.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에서 누군가가 다른 이를 착취하며 이득을 얻기도 하겠지만, 분명 좋은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면서 참여자들 누구도 착취하지 않으려하는 사람도 이 연극계에선 살아남기가 어렵다. 그저 연극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사양산업인 것을 인정하고서 하나둘씩 연극계를 떠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까. 

일단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응은 이런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하려는 이들이 상호 평등한 계약 속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 형태가 협동조합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닌 다자간 계약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 가운데 납득할 만한 극의 수익현황  등의 정보 공유가 있어야 하고, 상호 간에 위계적인 문화가 아니어야 한다. **어쩌면 작품성이 훌륭한 연극을 내는 것보다 극이 만들어지는 좋은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또한 연극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연극계 내부에서부터 상식이 통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분야는 아무리 중요해도 사회적 자원이 투자되기가 어렵다. 그 자원이 참여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특정인이 유용하거나 독점하기가 쉬울 거란 우려 때문이다. 

지난 연극계 성폭력 사건이 사회에 던진 충격은 일부 연극인의 엽기적인 행각 때문만이 아니었다. 내부의 폐쇄성과 위계문화가 얼마나 극심했으면, 저 정도의 일이 은폐되고, 사건 이후에도 내부에선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올까. 사람들은 아연하게 만든 것은 바로 내부의 폐쇄적이고도 권위적인 문화였다. 개인적으론 편협한 기독교인이 가장 반기독교적이고, 위계적인 예술인이 가장 비예술적이라고도 생각한다. 일부이 사건이 전체 연극계에 해당되진 않겠지만, 연극인들이 자유롭고 호혜적인 문화를 구축해 그들 스스로 예술인으로서 자유로웠으면 한다.

필자는 사회정책을 연구하는 씽크탱크의 연구원이다. 특히 최근엔 기술이 인간의 일을 대체해가는 흐름을 눈여겨보며, 사람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하기 위한 기반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연극이 딱 그런 분야다. 극본을 쓰고 연기를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 사람이 사람에게 하기에 영감을 주고, 감동이 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연극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당장은 연극인들이 연극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미래를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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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co8 ·
저녁 식사후 마실가듯 가볍게 연극과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공연문화가  흐드러진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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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ongjoongyoon ·
저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글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극장에 좀 찾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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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y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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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ongjoongyoon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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