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이 돌아온다.
처음엔 코로나19에 여러 식구가 한 번에 모이는 일이 괜찮을까 걱정이었다.
그래도 한 해 한 해 늙어가시는 어먼께서 서운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 모이기로 했다.
지난 설에 만나고 한 번도 못 만났으니 이번에도 그냥 지나면 너무 서운해 하실 것 같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날짜를 바꿀 필요도 없이 모두들 편하게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뉴스에서 수도권 감염이 심하고 그것도 집단 감염이라고 하며 노약자들이 특히 위험군이라고 하는 보도에 모두들 새가슴인 식구들이 한주를 연기하기로 했다. 그것도 시누이가 제안을 해서 다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약속을 변경 했다. 

저녁때 어머니께서 가게로 나오셨다. 말씀을 더듬으시는 표정이 심상치 않다. 뭔가 또 틀어지는 듯한 예감은 적중했다. 한 집에서 또 틀고나온다. 막내로 딸 유세를 하는 건지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그날 못 오겠다고 한다. 시댁에서 그날 콩 타작도 해야 하고 달랑무김치도 해야 하는데 시아버지 건겅도 전 같지 않으니 와서 일손도 거들도 다녀가라는 엄명이라 부득이 그날 못 오고 내일 다녀간다는 얘기다. 약속을 변경한 사람이 또 나서서 바꾸겠다고 하면 아무리 막내동생 말이지만 무조건 좋아할 오빠들은 아니다.

내일 오겠다는 집과 그날 온다는 집과 내일도 그날도 어렵고 기왕 틀어진 거 사정봐가면서 오겠자는 집도 있다. 본인들이야 엄마가 서운하든 말든 알아서 할 일이지만 워낙에 복이 남아돌아 철철 넘치는 우리는 어머니 생신을 세 번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래도 어머니 표정을 살피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말씀드리니 그냥 애들 좋은 대로 하라고 하신다. 

역시 복 많은 집이라 어머니 생신도 한 달에 세 번하는 복까지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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