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Wg8AWbuHH75XwGEu1DcxRtVS1pTgnAEAGTAq2V1J7PKn/%EB%B0%A9%EC%BD%9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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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누구에게나 기분 전환을 위해 찾는 장소가 있다. 그곳을 향한다는 건, 헉헉 대며 살아온 나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 같은 의미의, 그런 장소 말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은 저자 김병운에게 그런 도시다. 그에게 방콕은, 유럽이나 일본이라면 좁아터진 호텔방에서 묵을 비용으로,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5성급 호텔에서 묵을 수 있어서 늘 만족스러운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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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 진짜 방콕에 대한 이야기일지, 아니면 방에 콕 틀어박힌다는 의미의 방콕에 대한 얘기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방에 콕 틀어박혀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혼밥, 혼술 하는 사람들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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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방콕은, 진짜 방콕이었다. 만약에 ‘아무튼, 방글라데시’였다면 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는 뜻의 언어유희를 떠올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방콕만큼 널리 쓰이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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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과연 방콕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했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작가의 방콕 여행기다. 하지만 일반 여행기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우선 작가는 방콕의 유명한 유적지라든가, 관광지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호텔에서 수영을 즐긴 일, 맛집에서 맛있는 걸 사먹은 일, 늙은 택시 기사를 만나 아찔한 경험을 한 일, 가성비 좋은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고 엄지를 치켜 올린 일. 태국의 날씨, 과거 일어났던 테러 등을 말할 뿐이다. 이렇게 간단하게만 정리하면 굉장히 단순하고 뻔한 내용 같다. 하지만 글은 결코 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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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이 책의 매력은 디테일에 있다. 그가 겪은 일을 그만의 위트를 섞어 표현하는데 자주 피식, 웃게 된다. 

>마사지사에 따르면 나는 오늘 9번과 25번, 35번이 좋지 않다. 9번은 귀, 25번은 소장, 35번은 무릎이다. 장은 요즘 들어 자주 탈이 나는지라 좀 신기한데, 귀와 무릎은 잘 모르겠다. 한 번도 성치 않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부분이라 좀 갸웃하다. 하지만 마사지사가 보란 듯이 다시 한 번 9번과 35번을 지압하자, 순간 허리가 절로 세워질 만큼 아프다. 맞습니다, 선생님, 저는 귀와 무릎이 좋지 않습니다, 하고 곧바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통증이다. 
-<아무튼, 방콕>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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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방콕.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b1GcNdsH3xabDq3Y7uxjhAvsXPpmydaEUADyiVeAzFgT/%EC%95%84%EB%AC%B4%ED%8A%BC%EB%B0%A9%EC%BD%9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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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또 한 가지, 이 여행기가 다른 여행기와 차별되는 점은, 바로 애인과의 동행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는 애인과 식사 메뉴 선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끝에, 제3의 식당에서 식사하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 하기도 한다. 혼자의 여행이 아닌, 애인과 함께 하기에 그려지는 사소한 풍경들은, 이 책을 더 맛깔스럽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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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그의 오래된 애인 역시 방콕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와 애인은 관심사에 대해 공통분모가 거의 없는데, 방콕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둘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꼽을 수 있는 공통분모라고 한다. 그래서 방콕을 함께 온다는 것은, 둘 사이가 여전히 굳건함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 아니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가 우리일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방콕을 오기를 소망한다는 마지막 말은 묘한 여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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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지금까지 아무튼 시리즈 책을 대 여섯 권 정도 읽었는데, 재미 측면에서 이 책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저 평범한 여행기면 굉장히 실망했을 것인데, 위트 있고 솔직한 글이라 책장이 넘어가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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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p;방콕의 이점을 알고 싶은 분, 부담 없이 책을 읽으며 웃고 싶은 분, 여행기를 맛깔나게 쓰고 싶은 분들, 이 모두의 기대를 채워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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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5.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UTw2JnJkucghkDN2fE8qP4FpMztKvLFT88CG3nezeyB1/%EC%98%81%EA%B0%90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