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다섯 바퀴, 마음 한 바퀴 by laylador

View this thread on steempeak.com
· @laylador · (edited)
$2.67
공원 다섯 바퀴, 마음 한 바퀴
![IMG_7037.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Uxv6sHXCPzPtr2XnqCkuHb6HpC4zKhxNjWKfWKeshXTB/IMG_7037.JPG)

<br>
&emsp;바쁜척을 제일 잘하는 나를 찾아와준 한 고마운 친구를 떠올리고 있다. 삶을 버겁게 하는 썰물속에서 정신을 못차리는 동시에 타이밍 불발에 기대어 제대로 친구맞이를 하지 못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보다 훨 복잡다단한 정황과 교차된 마음들은 친구가 떠난 지금까지도 전부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참, 뭘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
<br>
&emsp;대략 1,2년 전까지만 해도 비좁고 옅은 나의 바다가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다. 편협한 생각이었으나, 그것이 나의 생각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기에 방어전선으로 내세우곤 했다. 매일같이 새로운 산과 장애물들을 마주하고 넘어지면서 용기와 지혜가 샘솟았다고 믿고 싶으나, 실상 꺾이고 다쳐 엉망진창인 마음만이 남은 나의 20대 마지막은 초라했다. 내게 남은 것은 약과 치료 그리고 시간 밖에 없었으니까. 친구와 전화를 하며 극복했던 병명들을 읊는데 그가 말했다. 맞다 너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지. 
<br>
&emsp;거친 나의 바다에서 새로운 파도가 치고 물결이 흘러들어오면 굳건했던 나의 마음은 자꾸만 요동을 쳤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 믿음은 늘 부셔지고 산산조각이 났다. 나비가 애벌레 허물을 탈피하고 촉촉한 날개를 후드득 털어내면 뽀송해지듯이 나도 늘 새로워지고 산뜻해지면 좋으련만. 도전들을 하나를 넘고 두개를 넘고 나면 멘탈은 너덜너덜해지기 일쑤였다. 안타까웠다. 일말의 발전은 분명 있으리라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도 이런 짠한 내 자신이라니.
<br>
&emsp;이런 나를 알아봐주는 듯 적극적이고 유쾌한 인연들이 곁에 생기기도 했다. 사랑과 응원으로 채워진 일상은 새롭고 두려웠으나, 말 그대로 빛이 났다. 그 빛은 분명 영원할 수 없는 한시적 빛임을 알았다. 하지만 품고 있는 것만으로 나까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내가 '관계'에 속해있는 상태를 좋아하는 이유다. 정말 아닌것 같은 상식적인 경우가 아닌 바에야 어떻게 해서라도 지키려는 노력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고.
<br>

![IMG_6980.GIF](https://cdn.steemitimages.com/DQmXU1T2mbdB8rbRqt2kemNCep3gMDzDSkPzran7WfwscfX/IMG_6980.GIF)

<br>
&emsp;'밥벌이' 라는 키워드를 떠올려보면 그 어느 낭만적인 요소도 읽어낼 수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앞에 '비낭만적', '지속가능한 밥벌이를 찾아 헤매는', '로또 미당첨자의 고군분투 에세이' 등의 문구가 붙는다면 반대로 왠지 낭만적인 밥벌이가 과연 존재하는 것만 같은 착각 또는 의문이 든다. 이런 단상을 자아낸 책은 바로 김경희 작가의 <비낭만적 밥벌이>. 
<br>
&emsp;나의 가장 오래되고 쉽게 떠올려지는 밥벌이는 바로 레슨이었다. 연령, 나이, 레벨 상관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피아노실에서 만나왔다. 나를 거쳐간 사람들 모두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난 꽤나 호평을 받는 선생에 속했다. 몇 년이 지나도 (심지어 유학을 가 있는 시기였는데도) 메일이나 카톡으로 나를 잊지 않고 감사함을 전하거나 연락을 해오곤 했으니 이정도면 성공한 축에 끼지 않나 싶다. 
<br>
&emsp;샘, 호흡연습이 젤 하기 힘들어요. 생각도 잘 안나구요. 계속해서 울상짓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설명한다. 호흡연습하는 시간은, 내 몸이 어떻게 숨을 쉬는지 집중해서 느껴보는 시간이야. 꼭 호흡이 길지 않아도 괜찮아. 다만 일정하게 쉬고 내쉬는 과정에서 제한되고 풀리는 근육의 움직임과 힘을 조절하는 느낌, 그게 중요해. 우리가 노래를 하기 전에, 소리를 제대로 내기 전에 몸을 이완시키고 좀더 섬세하게 몸을 다루기 위한 연습이야. 꼭 매일 해야 해. 당연히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하게만 말하진 않았다. 떡하니 숙제 안해오는 학생에겐 사랑의 등짝 스매싱. (물론 에어 등짝 스매싱임)
<br>
&emsp;나도 참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내가 될 수 있도록 이끔을 많이 받았다. 어려운 상황속에서 여러 도움도 받고,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이 많다. 나도 잘 돌려주어야 할텐데 하는 빚진 마음으로 피아노실에 들어간다. 나의 밥벌이의 현재 레벨은 이렇다. 책의 내용에 얼마나 공감을 할지, 초보 n잡러로서 얼마나 배울게 많을지 기대하는 중.
👍  , , , , , , , , , , ,
properties (23)
post_id92,773,475
authorlaylador
permlink4yuzca
categorykr
json_metadata{"tags":["essay","writing","zzan","daily"],"image":["https:\/\/cdn.steemitimages.com\/DQmUxv6sHXCPzPtr2XnqCkuHb6HpC4zKhxNjWKfWKeshXTB\/IMG_7037.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XU1T2mbdB8rbRqt2kemNCep3gMDzDSkPzran7WfwscfX\/IMG_6980.GIF"],"app":"steemit\/0.2","format":"markdown"}
created2021-07-22 16:39:00
last_update2021-07-22 16:41:42
depth0
children0
net_rshares4,861,880,731,985
last_payout2021-07-29 16:39:00
cashout_time1969-12-31 23:59:59
total_payout_value1.341 SBD
curator_payout_value1.328 SBD
pending_payout_value0.000 SBD
promoted0.000 SBD
body_length2,224
author_reputation125,250,012,469,929
root_title"공원 다섯 바퀴, 마음 한 바퀴"
beneficiaries[]
max_accepted_payout1,000,000.000 SBD
percent_steem_dollars10,000
author_curate_reward""
vote details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