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국힘당 홍준표와 유승민의 전술핵 재배치 및 핵공유 주장을 비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다. 대선주자들사이에서 북한핵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반갑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안보정책이다. 경제는 총리에게 맡길 수 있지만 안보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문제제기가 반갑기는 하지만 그 인식수준의 얕음은 아쉽다. 

홍준표와 유승민의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주장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당연히 이해가 되는 말이다. 상대방이 우리를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나 대응없이 무신경하게 있다는 것은 책임없는 정치인이다. 

일차적으로 볼때 홍준표와 유승민처럼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제일 좋은 것은 우리가 핵을 만들어 보유하는 것이겠으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항간에 박정희 시해 사건이 핵을 만들어 보유하려다 일어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세계적인 NPT 체제를 정면으로 거부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사족이겠으나 우리 입장에서 전술핵 재배치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술핵일지 모르나 우리 입장에서는 사활이 달린 전략적 문제다. 같은 무기라도 처한 입장에 따라 한두방 정도는 주고 받아도 생존에 지장이 없는 전술핵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방만 맞으면 국가가 붕괴된다. 그래서 결코 전술핵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미국 정치인이라면 전술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치인이라면 그냥 핵무기라고 하는 것이 옳다.
유럽의 나토국가들이 미국과 핵공유 정책을 채택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마도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고 핵을 보유한 나라는 이스라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에게 특수한 지위를 지니는 국가라는 사실은 여기에서도 분명해진다. 그런 이스라엘도 공개적으로 핵을 개발하지 못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자신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핵을 가지겠다고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댓가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홍준표와 유승민이 미국의 핵무기를 재배치하고 유럽 국가처럼 핵을 공유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홍준표와 유승민의 주장은 한쪽만 바라보고 한쪽은 아예 무시하기에 가능할 뿐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을 철수했던 것은 냉전종식 이후 러시아와 데땅뜨 분위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했다. 그러던 미국이 중국이 중거리 핵무기를 집중개발하자 INF 조약을 폐기했다. 중거리 및 단거리 핵무기에서 중국에 열세를 만회해야 하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미국이 중거리핵무기조약을 파기한 것은 미중패권 경쟁의 본격적인 시발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와 유승민이 미국핵무기의 재배치를 주장한 것은 한국이 미중패권경쟁에서 스스로 미국의 첨병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에 맞서서 핵무기를 배치하여 대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입장이 중국과 전면전을 불사할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과 싸우기 위한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교역을 중국과 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완전하게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는 것인가? 만일 중국을 포기한다면 미국이 중국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특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홍준표와 유승민이 안보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정치인들이 그런 공부를 별로 하지 않을 뿐더러 안보문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우리 입장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관점에서 한국의 안보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학파들이 가지는 한계다. 물론 한국내에서 공부한 사람들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안보를 우리의 눈과 입장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외국 학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학습능력은 뛰어나지만 주체성을 가지지 못한 의존적 지식인의 한계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미국에게 핵무기 재배치와 핵공유를 요구하면 안된다는 이재명의 주장도 일차원적이다.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북한 비핵화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지금 처한 안보상황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는 댓가로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경제재제 해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하는데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비핵화와 북한비핵화라고만 주장하는 것은 이재명이 최소한 홍준표와 유승민보다 고민을 적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답은 없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가에 대한 인식이 가장 최적의 방안을 만들어 낸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면 부족한 방안을 만들어 내고, 고민이 철저하면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방안을 만들어 낸다. 
 
관습이 만물의 제왕이라는 헤로도투스의 말처럼 국제정치에서는 상황과 국익이 모든 것의 제왕이다. 이재명의 북핵문제에 대한 선공이 아직 조악한 수준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좀 더 활발한 토론과 고민이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