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산수 by sanha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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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ha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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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산수
간단한 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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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제3 후보나 2002년 당시의 정몽준 같은 변수 없이 국힘류 수구의 한 축과, 민주당류의 중도보수와 진보층 연합의 한 축이 정면으로, 그리고 전력을 다해서 맞붙은 건 사실상 2012년 대통령 선거가 유일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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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진보정당'은 아예 후보도 내지 못했고 독자적 '노동자' 후보들이 나왔지만 소숫점 단위의 득표율에 그쳤죠.  당시 개인적으로는 "고려 왕건과 후백제 신검이 맞붙은 일리천 전투 이후 최대의 충돌"이라고 넋두리한 기억이 납니다. 그때  박근혜가 51.6%를 얻었죠.  그리고 이건 직선제 도입 이후 최고의 득표율입니다.  완승을 거뒀다는 이명박도 48%에 그쳤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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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거 외에는 도무지 장점을 찾기 힘든 이가 대통령이 된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생존해 계시던 고 장준하 선생의 부인께서 이런 말을 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몸에  종양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 부인은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의사 선생님. 제가 앞으로 5년은 꼭 살아야 겠는데요. 앞으로 그럼 5년은 살 수 있겠습니까? 어때요?"  왜 5년인가.  부인의 답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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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내가 죽으면 저 세상 가서 영감을 만날 거 아니요. 그때 영감이 나보고 '그래.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가 하고 있소?'라고 물으시면 내가 차마 말을 못할 것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 5년만 내가 더 살아서 다시 대통령 선거해서 대통령 뽑을 때까지 살아 있으려고 해요. 그래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대통령되는 것 보고 죽어야 내 영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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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역시 그 마음이 넉넉히 이해가 갔습니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해 주기를 바랐고 과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랐지만 그 이후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습니다.  이제 또 세월이 흘러 다음 대통령 선거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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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직도 대한민국이 제대로 서려면 국힘류의 수구적 마인드가 더 제어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못잡으면서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부르짖는 전직 검찰총장에 동의할 수 없고, '정권교체'를 외침에 뭔가 하다가도 그를 부르짖은 이들의 면면과 행적을 보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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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민주노동당 정도의 정당이나 있다면 그쪽으로 힘을 보태겠는데 오늘날 정의당이나 기타 진보정당에는 전혀 마음이 가지 않다보니 결국은 현 정권의 연장 쪽으로 마음의 낙찰을 볼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처지'죠. 그런데 솔직히 이 낙찰이 흔쾌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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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권을 나치즘에 비한 수사는 분명히 과하다고 생각하고, 양념 좋아하는 나쵸즘이지 나치즘은 아니지 않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 터무니없는 언어적 인플레이션을 치우고 보면, 즉  '성격의 규정'이 아니라 '행태의 비교'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정권을 주도한 사람들과 지지한 이들이 돌아봐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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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틴 니묄러가  쓴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보면 공산주의자, 노동조합원, 유태인들이 차례로 공격받습니다.   각각 그들이 공격받을 때 방어하지 못했기에 내가 공격받을 때는 아무도 없더라는 내용이고, 불의하고 부당한 폭력에 침묵하는 인간의 업보를 잘 표현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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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이 시는 공산주의자들, 노동조합원들, 유태인들을 차례차례 악마화했던 나치의 갈라치기 수완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슈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한 집단을 처단해 마땅한 악의 집단으로 몰고, 그들에 대한 적의를 부추겨 자신의 정치적 입지라는 아궁이의 땔감으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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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치와 이 정권이 같다는 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 이래 몇 년간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폐로, 토왜로, 부역자로, 인간말종으로, 심지어 '차라리 국힘류를 찍었으면 찍었지 그놈은 지지하지 않을' 상대로 갈라치기하는 풍습이 만연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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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국민이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의 이지메를 당한 (물론 이전 정권이 정부 기관을 동원해 족친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습니다만) 예 외에도 "무서워서 말을 할 수가 없는" 문화의 담장은 이전에 비해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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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치즘'이나 홍위병 소리에 코웃음을 칠 사람은 칠지언정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에 대한 돌아봄조차 생략한다면 이 정부의 연장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슬프고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수백만이 쏟아져나온 촛불 시위 끝에 이전의 통치세력에 탄핵의 철퇴를 내린 뒤 등장한 '촛불 정권'이 단 4년만에 '정권 교체' 소리에 내몰리고 "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권을 연장해야 한다."는 협박같은 호소가 끄집어내지는 상황이 얼마나 황망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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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거에서 이 정부와 그 지지 세력이 연장돼야 한다는 아니 그보다는 국힘류에 다시 정권이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한 이로서 간단한 산수를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해 온 갈라치기가 계속된다면, 그래서 민주당 안에서도 '물고 뜯고 쫓아내야 할' 놈들이 계속 생겨나고 심지어 명색 경선 후보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는 마당이라면, 도대체 그 선거 이길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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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는,  "너희들하고 국힘하고 다른 게 뭐니?"하고 냉소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2012년 건곤일척의 대회전에서 이쪽을 찍었을 뿐 아니라 열렬히 지지하고 뛰었던 사람들일 겁니다.  조국 흑서를 쓴 분들이 박근혜를 찍었겠습니까.   탄핵 문안을 작성한 금태섭이 빨간 잠바를 입은 게  (저는 본능적으로 그 빨간색은 싫어합당니다만) '본색'을 드러낸 탓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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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두를 내몰아 놓고, 심지어 한때 국힘류는 구리다고 말도 꺼내기 힘들었던 20대, 탄핵 소식에 환호했던 중고등학생들이 '문재앙' 거리는 걸 두고 '이십대 개새끼론'으로 몰아붙여 놓고 정말 , '우리가 옳다는 믿음'과 '저놈들은 배신에 부역자에 적폐왜 토왜'라는 분노로 내년의 진달래 대선에서 꽃노래를 부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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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간단한 산수로..... 저쪽은 이준석 같은 이를 대표로 뽑는 파격을 감행하며 '정권교체'라는 명제 하에 이 정부 출신이건 뭐건 개나 소나 다 끌어들이고 있는 판에,  만약 2012년 같은 건곤일척의 대회전이 재연된다면, 정말 이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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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양이지만 산수는 좀 합니다.   이렇게 가도 이길 수 있는 건지,  이렇게 해도 이기는 게 맞는 건지, 이런 상황에서 이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많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누차 말하지만 국힘류가 정권을 되찾는 일이 없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그러려면 국으로 우리를 밀어."라는 말을 따르기엔 거리낄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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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ah ·
진보(?)의 가장 큰 적은 항상 분열이죠. 그것만은 말아야하는데....
별로 진보도 아닌것끼리 분열이라도 덜 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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