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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영어 듣기 성적은 1, 2, 3월에 비해 저조합니다. 5월에는 분발해야겠습니다. 독해는 책 두 권을 읽고 있습니다. 한 권은 타냐 바이런이 쓴 육아서이고 다른 한 권은 조셉 버고의 shame입니다.

shame은 정신역동 지향의 호주 심리치료자 조셉 버고의 신간입니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사전 찾아가며 읽느라 진도가 잘 안 나가네요. 

조셉 버고의 이전 책이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것이었는데, 버고는 수치심을 과도하게 부인한 결과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나르시시스트가 탄생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수치심에는 집단의 요구라든지 사회적 기대와 자신의 욕구/바람을 조율할 수 있게 하는 행위경향성이 내재돼 있는데 수치심을 '부인'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바람만을 강조하는 나르시시즘이 우세해진다는 것이죠. 

저자는 회피, 부인, 통제(=굴복)이라는 전통적인 범주로 수치심을 세분화하여 각각이 어떤 양상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 자신의 치료 사례를 언급합니다. 수치심을 이런 식으로도 세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고, 내담자가 경험하는 많은 어려움의 기저에 자리한 수치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사실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는다는 그 자체가 많은 내담자에게 의식하든 하지 못 하든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신의 취약성을 타인에게 오픈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저자가 제시한 치료 사례들을 보면 상담에 와서도 수치심을 방어하던 기존 대처 양식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치료자의 역할은 이런 방어를 존중하면서도 내담자가 속사정을 얘기할 수 있게 안전감을 제공하는 것일 텐데 말처럼 쉽지 않아서 몇 년씩 전문가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게 됩니다. 

책의 후반부는 병리적인 수치심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수치심을 인식 및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교과서가 아니라 대중서이다 보니 self-help 방법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몇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