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src="https://steemitimages.com/0x0/https://cdn.steemitimages.com/DQmb7ztKP8d7gpTwvesAvaaFD8kfwpWTw3H8HUgYsnRevcR/doughnut%20206.png" alt="doughnut 206.png" /><br /><br />
대문 이미지 by <a href="/@gamiee">@gamiee</a>

심리학에서는 중간 대상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대용품으로 삼는 것이 있죠. 인형이라든지 엄마 옷이라든지.. 저희 아기는 수건이 중간 대상인데요. 이 중간 대상은 아이의 마음에 위로를 줍니다. 보다 중요하게, 중간 대상의 출현은 엄마로부터 분리돼 차츰 독립된 개체로 성장해 가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신생아는 내적 현실과 외부 현실의 분간을 하지 못 합니다. 하지만 영아에서 유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와 나 아닌 것들을 분리할 수 있게 됩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세워지는 것이죠. 이 때 중간대상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내부와 외부가 모두 머무를 수 있는 장소가 됩니다. 예를 들어, 곰돌이 인형은 보살핌 받기를 바라는 아이의 내적 현실이 투사된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보살핌을 제공하는 아이의 외적 현실, 즉 엄마가 될 수도 있죠. 

곰돌이가 내가 되기도 하고 엄마가 되기도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기와 타인의 경계가 명확해지는 것인지 아직 잘 이해는 안 됩니다마는, 곰돌이를 통해 위로 받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과 엄마가 눈 앞에 없어도 일정 시간 즐겁게 놀 수 있는 능력이 증가하는 것의 상관이 분명 있어 보입니다. 위로해주는 엄마의 이미지가 곰돌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아이 마음에 자리하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로부터 분리돼 있어도 잠시 동안은 마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게 곰돌이든 수건이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self-soothing 능력의 발달은 중간 대상의 출현과 관련이 있고, 중간 대상의 출현은 엄마로부터 독립적인 인격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통과의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구에 오존층이 있어서 태양열로부터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취하고 해로운 것은 튕겨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지구과학 배운 지가 너무 오래됐네요;). 중간 대상은 일종의 오존층 기능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존층(중간 대상)이 있기 때문에 태양열(엄마)에 황폐화(함입)되지 않으면서도 지구(자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죠.

조금 더 커서는 곰돌이가 없어도 곰돌이의 위로하는 특성이 자기의 일부로 동일시됐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름대로 버텨낼 수가 있죠. 이 지점에서 오존층 비유는 한계를 지니는데 궁극적으로는 오존층과 태양이 없어도 지구가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더이상 불타오르기를 멈춘 아주 먼 미래에 인공태양을 탑재한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싶지만 이 글도 우주로 가는 것 같네요.

자기와 타자가 구분되는 발달 과정에서 중간 대상이 출현하고 자기 위로 및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심화되는 것은 심리치료적 함의가 있습니다. 공부를 더 해서 기회가 된다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