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바다 단편선] 스타벅스 사내의 행동편향 by stimcity-lits

View this thread on steempeak.com
· @stimcity-lits · (edited)
$1.52
[교토바다 단편선] 스타벅스 사내의 행동편향
<center>![](https://steemitimages.com/0x0/https://files.steempeak.com/file/steempeak/stimcity-lits/szmzKPKh-EB8BA8ED8EB8EC84A020EC8DB8EB84A4EC9DBC.png)</center>

<br>
#### **스타벅스 사내의 행동편향**

<br>
<br>
<br>
<br>
사내는 말이 없다. 사내는 여행 중이다. 여행 중의 사내는 말을 하지 않는다.

<br>
>‘여행 중에 필요한 말은 Do you have.. How much.. I want.. Excuse me.. Yes or No 뿐이야.’

<br>
신기하게도 사내는 다섯 문장만으로 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사적 교류를 하지 않는다면 사내에게 필요한 대면의 순간은 무언가를 주문하는 순간뿐이다. 필요한 사항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구글 트랜슬레이터가 알아먹을 만하게 번역해 주니, 이제는 사랑에도 통역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br>
긴자의 한 스타벅스에서 사내는 ‘홋또 고히 (Hot coffee)’를 주문하고 있다. 사내가 필요로 하는 단어 중 ‘홋또 고히’는 예외로 벗어나 있는 특별한 문장이다. 대부분은 그저 메뉴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힛또쯔(ひとつ)‘하면 될 뿐이지만, 유난히 커피라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배려로 그는 ‘홋또 고히’를 머리에 입력시켰다. 매우 불필요한 일이었지만 말 없는 사내에게도 그 정도의 배려심은 있는 것이었다.

<br>
스타벅스 일본인 스탭의 예의 그 과잉된 친절함과 함께, 주문한 ‘홋또 고히’를 받아 든 사내는 매장을 휘 둘러 본다. 앉을 자리가 있는지. 그가 좋아하는 창가 좌석은 이미 만석이다. 다른 실내 좌석은 영 앉을 만한 곳이 없다. 다행히 이 스타벅스에는 야외좌석이 꽤나 잘 펼쳐져 있다. 

<br>
>‘그래 좀 쓸쓸하지만, 야외로 나가 볼까?’

<br>
사내는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자동문을 지나 야외 좌석으로 향한다. 편안하게 펼쳐진 라탄 쇼파 좌석에 앉을까? 아니면 사내가 유독 고집하는 팔걸이 의자에 앉을까? 잠깐 고민하던 사내는 일단 스타벅스의 매장에서 보기 힘든 라탄 쇼파에 잠시 앉아 본다. 특색이 있어 좋아 보였지만 이내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다시 팔걸이 좌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만다.

<br>
>‘그래도 팔걸이 의자가 편하지.’

<br>
사내의 팔걸이 의자에 대한 집착은 꽤나 오래되었다. 사내는 심지어 팔걸이가 없는 의자는 의자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팔의 무게에서 시작된 피로함일 것이다. 사내는 잠을 잘 때에도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잔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종일 팔을 들고 서 있어야 했던 구약성서의 모세처럼 사내는 팔을 내리기를 주저한다. 그의 팔은 늘 들려 있다. 그의 팔에 많은 이들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어쩌면 팔의 무게를 덜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의 팔에 매어 달린 수많은 이들의 운명이 그를 너무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걸이 의자는 그에게 소중한 안식처이다. 

<br>
>‘나는 팔걸이 의자에 하루 종일도 앉아 있을 수 있어.’

<br>
라탄 쇼파가 비록 매우 편안해 보였지만, 결국 사내는 팔걸이 의자를 고집하고 말았다. 뭐 어쩌겠는가? 사소한 집착은 천재성의 주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천재들은 사소한 집착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다리를 심하게 떨거나, 유독 재래식 변기만을 고집하거나, 연필이 아니면 글을 쓸 수 없다든가 하는… 고치면 고칠 수도 있는 사소한 집착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교정하려 들지만, 그러면 더 완벽해 질 거라 지적질을 하지만, 그들의 천재성은 그러한 사소한 집착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반복되는 어떤 행위, 집착적인 강박은 천재성의 원천과도 같은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지 않는 그 행위, 멈출 수 없는 그 행위는 외계와의 교신이며 내적 수문을 여는 주문 같은 것이다. 그것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천재성은 말라버리고 만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의 천재성을 모두 말살해 왔다. ‘앞으로 나란히!’하며 말이다.

<br>
사내는 천재성을 잃지 않으려 팔걸이 의자로 애써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번잡했던 잠깐의 순간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꼽고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가 없어진 것을 느낀 것이다. 

<br>
>‘어! 이거 어디 갔지?’

<br>
그렇다. 사내는 여행 내내 걷는 시간 동안, 늘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곤 했다. 그것은 사내의 일종의 사회활동이다. 비록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타지를 헤매고 있지만, 그의 사고의 한쪽은 늘 자신이 머물던 세계와 연결되어 있어야 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사내만의 정체성 유지 방식이다. 고국의 소식, 속한 사회의 다단한 말들과 접속되어 있는 것 말이다.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사내는 그저 방랑자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사내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br>
>‘나는 내가 속한 세계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있어. 여행은 타지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내가 속한 사회를 되돌아보기 위해 떠나는 거야.’

<br>
떠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일상에서는 포착할 수 없는 이면이다. 그것은 떠나와야 보인다. 그것은 타지의 숨결과 부딪힐 때 자신을 드러낸다. 한 호흡으로 흘러가는 속에서는 감지할 수 없고 드러낼 수 없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 다른 호흡으로 돌아가는 타지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사내는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세계를 살기 위해 여행을 한다. 그래서 그것은 사내의 일상이다. 그 일상은 타지에서 더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 분명해진다. 사내는 그 매커니즘을 알게 된 후로 주기적으로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br>
>‘이거 잃어버릴 것 같더라니…’

<br>
한쪽 귀에만 매달려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 다른 한 짝이 없으면 말짱 소용이 없다. 연결선도 없이 각각의 귀에 매달려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꼈다 뺐다 할 때마다, 사내는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될 거라 생각하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내는 불안정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자신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라 귀로 들리는 가상의 세계이다. 주파수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사내와 사내의 세계는 누군가의 조작이 가능한 세계이기도 하다. 그것은 상상의 영역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현하고 그 발현에 사내의 상상력은 설계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객관적인 실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내의 주관적 세계일 뿐이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한 주관적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평범이라 말하고 정상이라 말하며 객관적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지만, 모든 정보는 그렇게 조작이 가능한 주파수를 통해 흘러 다닌다. 거기에는 수많은 소음들이 뒤섞여 있고 그 소음들은 전혀 다른 실체를 창조한다. 그것은 소문이라 불리기도 하고 가십이라 불리기도 한다. 요즘은 뇌피셜이라는 변명적 정의로 불리기도 한다. 

<br>
어쨌든 사내와 사내의 세계를 연결해 주던 블루투스 이어폰 한 짝이 사라진 건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그것은 이제 사내가 이곳 긴자의 거리에서 방랑자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행 중에는 여행지에 집중하는 것이 바른 여행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사내는 여행을 하는 중이 아니다. 그는 타지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므로 사내와 사내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이어폰 한 짝을 잃어버린 것은 운전기사에게 타이어 한 짝이 펑크 난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므로 사내는 찾.아.야. 한.다.

<br>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잃어버린 이어폰 한 짝을 찾고 있다. 먼저 앉았던 라탄 쇼파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뭐라 말로 설명하긴 어려우니 일단 무작정 쇼파 근처를 두리번거려 본다. 눈치 빠른 나이 든 중국 여인이 엉덩이를 들고 라탄 쇼파의 방석을 함께 들쳐준다. 없다. 있을 리가 없다. 이런 데에서 빠뜨린 것 같지는 않다. 친절하게 협조해 준 중국 여인에게 옅은 미소로 감사를 표하며 사내는 다시 매장 안으로 향한다.

<br>
>‘어디서 잃어버렸지? 분명 떨어뜨린 기억은 없는데.’

<br>
기억은 어디까지나 현재적이다. 기억은 과거에 관한 것이지만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지금, 현재이다. 그러므로 이 기억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어젯밤의 꿈으로부터 온 것인지, 언제가 경험했을 데쟈뷰인지, 아니면 급할 때 떠올리기 마련인 분실기억인지.. 하지만 무엇이든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확인하고 지워가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신줄을 놓고 제자리에서 서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그러나 떠올리는 일은 현재 공간으로부터 분리되는 일이기도 하다. 머릿속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공간들을 빠르게 훑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라고 불리는 시간과 연결된 분실기억 속 공간의 이미지는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일지도 모름에도, 우리는 단지 떠올려지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지나간 경험이라고 단정 짓게 된다. 분실기억 속의 시공간은 대부분 분실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분명 금방 알아내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분실기억은 어디까지나 당황한 나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들만을 양산해 낸다. 그래서 대부분 그곳에는 그것이 없다.

<br>
>“쓰미마셍, Do you have seen..”

<br>
[계속읽기☞](https://grimbook.postype.com/post/6086421)   

<br>
<br>
<sub>_ written by 교토바다</sub>
___

[교토바다 단편선]

[스타벅스 사내의 행동편향](https://steempeak.com/stimcity/@stimcity-lits/ntah2)
[질투의 화염](https://steempeak.com/stimcity/@stimcity-lits/fhpcy)
[세계 최고의 와플과 나이를 잃은 아가씨](https://steempeak.com/stimcity/@stimcity-lits/4jlfzk)
[스타벅스 사내의 횡재](https://steempeak.com/stimcity/@stimcity-lits/6jmhuj)
[스타벅스 사내의 슬픈 쌍꺼풀](https://steempeak.com/stimcity/@stimcity-lits/4tzzj8)
[스타벅스 사내의 귀환](https://steempeak.com/stimcity/@stimcity-lits/2g22hk)

<br>
<br>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and 135 others
properties (23)
post_id66,603,415
authorstimcity-lits
permlinkntah2
categorystimcity
json_metadata{"format":"markdown","users":["stimcity-lits"],"image":["https:\/\/files.steempeak.com\/file\/steempeak\/stimcity-lits\/szmzKPKh-EB8BA8ED8EB8EC84A020EC8DB8EB84A4EC9DBC.png"],"community":"steempeak","app":"steempeak\/2020.03.1","tags":["stimcity","stimcity-lits","kr","kr-pen","kyotobada"],"links":["https:\/\/grimbook.postype.com\/post\/6086421","\/stimcity\/@stimcity-lits\/ntah2","\/stimcity\/@stimcity-lits\/fhpcy","\/stimcity\/@stimcity-lits\/4jlfzk","\/stimcity\/@stimcity-lits\/6jmhuj","\/stimcity\/@stimcity-lits\/4tzzj8","\/stimcity\/@stimcity-lits\/2g22hk"]}
created2018-11-26 11:21:24
last_update2020-03-09 07:31:45
depth0
children2
net_rshares2,475,772,612,340
last_payout2018-12-03 11:21:24
cashout_time1969-12-31 23:59:59
total_payout_value1.168 SBD
curator_payout_value0.353 SBD
pending_payout_value0.000 SBD
promoted0.000 SBD
body_length5,222
author_reputation8,643,042,860,748
root_title"[교토바다 단편선] 스타벅스 사내의 행동편향"
beneficiaries[]
max_accepted_payout1,000,000.000 SBD
percent_steem_dollars10,000
author_curate_reward""
vote details (199)
@steemitboard ·
Congratulations @stimcity-lits!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table><tr><td>https://steemitimages.com/60x70/http://steemitboard.com/@stimcity-lits/voted.png?201811261201</td><td>You received more than 500 upvote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1000 upvotes.</td></tr>
</table>

<sub>_[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of Honor](https://steemitboard.com/@stimcity-lits)_</sub>
<sub>_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_ `STOP`</sub>



>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https://steemit.com/@steemitboard)! **[Vote for its witness](https://v2.steemconnect.com/sign/account-witness-vote?witness=steemitboard&approve=1)** and **get one more award**!
properties (22)
post_id66,623,340
authorsteemitboard
permlinksteemitboard-notify-stimcity-lits-20181126t193934000z
categorystimcity
json_metadata{"image":["https:\/\/steemitboard.com\/img\/notify.png"]}
created2018-11-26 19:39:33
last_update2018-11-26 19:39:33
depth1
children0
net_rshares0
last_payout2018-12-03 19:39:33
cashout_time1969-12-31 23:59:59
total_payout_value0.000 SBD
curator_payout_value0.000 SBD
pending_payout_value0.000 SBD
promoted0.000 SBD
body_length774
author_reputation38,705,954,145,809
root_title"[교토바다 단편선] 스타벅스 사내의 행동편향"
beneficiaries[]
max_accepted_payout1,000,000.000 SBD
percent_steem_dollars10,000
@dozam ·
멋진 이야기 입니다.
properties (22)
post_id66,651,525
authordozam
permlinkre-stimcity-lits-ntah2-20181127t110509073z
categorystimcity
json_metadata{"app":"steemit\/0.1","tags":["stimcity"]}
created2018-11-27 11:05:09
last_update2018-11-27 11:05:09
depth1
children0
net_rshares0
last_payout2018-12-04 11:05:09
cashout_time1969-12-31 23:59:59
total_payout_value0.000 SBD
curator_payout_value0.000 SBD
pending_payout_value0.000 SBD
promoted0.000 SBD
body_length11
author_reputation164,689,786,548,286
root_title"[교토바다 단편선] 스타벅스 사내의 행동편향"
beneficiaries[]
max_accepted_payout1,000,000.000 SBD
percent_steem_dollars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