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일기 2021. 9.8 by twentycentury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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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일기 2021.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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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온 지 6일째다. 시내 호텔에서 3박 후 월요일부터 릴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떨어져봤자 걸어서 20분이면 도심에 닿을 거리의 에어비앤비 숙소로 옮겼다. 유죈느 자껫 가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공동 주택 3층이다. 방이 세 개, 거실과 주방, 욕실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내가 묵을 방은 작업 테이블 옆으로 큰 창이 도로변으로 나 있어 거리의 나뭇잎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나풀거린다. 이상적인 숙소다.  그런데도 숙박비는 일주일에 20만 원이 채 안된다. 금상첨화인가? 집주인인 서른살의 트럼펫 연주자 귀욤은 이것저것 집 안내를 해주고는 파리로 떠나 버렸다. 그가 돌아오는 목요일까지는 이 집을 나 혼자 쓰게 생겼다. 

체크아웃이 예정된 일요일 이후에도 이 집에 더 머물 수 있는지 귀욤에게 물었더니 10월 11일까지는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했다.  당연하다. 싸고 좋은 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여하튼 그래서 나는 10월 11일부터 11월 말까지 한달 20일을 미리 예약했다. 

그 사이 한달 간은 릴의 친구 최승희 씨 소개로 독채를 쓰게 되었는데, 아직 안가봐서 모르겠으나 사진만으로도 무진장 럭셔리한 곳이었다. 렌트비도 그래서 한달 1000유로(한화 140만 원)로 꽤 비싸다. 내 인생에 다시 없을지 모를 이번 정주 여행을 위해 까짓 한달 호사를 지르기로 한다.  메트로를 타고 10분쯤 달려서 후베라는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집주인을 만나 보증금을 건네 주었다. 주거비는 지구촌 어딜 가나 생활비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도 한국만큼 비싼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여긴 보증금을 한달치 월세만 받는다. 잘 알아보면 릴 주변에 싸고 좋은 숙소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릴에 합류할 동지들이 머물 공간을 찾아내는 것도 내가 수행해야 할 숙제다. 

보증금 내러 간 길에 역 앞의 식당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샐러드와 또띠야 세트 메뉴가 6.9유로. 하루 전 기껏 약국에서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받았는데 이 식당은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프랑스어가 안되고, 이들은 영어가 안되는데도 "맛 괜찮아요?" 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활짝 웃어 보인다. 나중에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차를 내어 주었다. 이런 인심이 손님들에게 증명서 내놔, 할 수 없는 것이니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예외 없는 규칙은 없는 법이다. 

저녁엔 릴 도심의 헤뻐블리끄 역 근처에서 최승희 씨를 만나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월요일의 백신 접종으로 하루 금주를 했으니 나에 대한 보상으로 와인 한 잔을 선물했다. 최승희 씨는 이곳 릴 시정부의 지원을 받아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15일에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어 하루하루 정신이 없다. 만나자는 말을 하기에도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이 도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신경 써주고 있다. 

사실 내가 이 도시에 온 가장 큰 동기는 최승희 씨다. 그와 우리는 모종의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다. 아직은 윤곽만 잡힌 상태다. 그래서 자주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어제 저녁 그녀는 내게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죠?"
"우주에 가고 싶어서요."
"우주 여행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요. 여행이 아니라 탐험이요."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거군요."
"네. 그런 곳으로 죽을 때까지 가고 싶어요."

최승희 씨는 우리 과다. 즉 똘아이다. 나는 이런 똘아이를 만나면 심장이 뛴다. 똘아이가 세상을 바꾼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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