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고 놀기 by ab7b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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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7b13 ·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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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 놀기
이번 여행은 인디 가수인 '적당히 유명한 오빠'의 가장 가까운 지인을 만나러 왔다. '망해서 행복한 오빠2' 정도로 해야 할지. 이 오빠와는 '적당히 유명한 오빠'와 함께 만나려 할 때마다 스케줄이 어긋나 종종 둘이서 따로 만나게 되었는데, 부산 토박이인 이 오빠가 데려가는 곳이 죄다 재밌어 때로는 '적당히 유명한 오빠'와의 시간보다도 '망해서 행복한 오빠2'와 보낸 시간의 여운이 더 길게 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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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처음으로 적당히 유명한 오빠가 아닌 망해서 행복한 오빠2를 보러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다. 이번엔 음악이나 작업에 관한 대화보다도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히 유명한 오빠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내려왔고, 숙소도 망해서 행복한 오빠2의 집 근처로 잡았다. 

늘 그렇듯 오빠는 숙소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고, 우리는 광안리를 걸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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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 후에 오빠의 지인이 하는 펍에 가기로 했다. 둘이서 술을 마신 적은 없는데, 어제는 왠지 나와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싫지 않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오빠가 데려간 곳은 매주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 클럽같은 펍이었는데, 아직 오픈 전인 매장에서 주인과 셋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곳에서 나는 또 아티스트가 되어 반복되는 지루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는데, 그 패턴이 너무나도 싫어 음악 접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와 내 음악에 대해 신이 나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런 신경질을 부릴 순 없어 내가 음악에 대해 느끼는 열등감을 꺼내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나는 그 펍이 무척 좋았는데, 오랜만에 맡는 아주아주 해묵은 낡은 냄새가 좋았다. 공간의 크기에 맞는 스피커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그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았다. 자연스럽게 주제가 음악으로 이어졌고 거기서 음악 이야기를 한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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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한 잔을 빠르게 마시고(나는 반을 남겼다) 같은 건물에 있는 4층 펍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도 오빠의 지인이 하는 곳이었다. 그곳의 매장은 평범해 보였는데,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신청곡을 적어서 내는 풍경이었다. 우리까지 총 세 팀이 있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적는 모습이 무척 즐거웠다.

묘하게 서로의 선곡이 그다음 선곡에 영향을 미쳤는데, 티키타카 새롭고 익숙한 음악이 이어졌고, 그 음악들로 펍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 있는 다른 한 팀은 그 오빠와 친하게 지내는 또 다른 무리라 오빠는 종종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혼자가 된 나는 아주 느리게 하이볼을 마시며 리듬을 타며 음악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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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헤어질 생각이었지만 음악을 듣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어제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정말 많이 알게 됐고, 심지어는 디깅 좀 열심히 하라는 농담까지도 듣게 됐다. 나는 어제 그 펍에서 무척 행복했는데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들은 일, 오빠와 끝없이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한 게 정말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즐거웠다. 앞으로 한 달은 남들과 음악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느낄 정도로 많은 해소가 되었다.

펍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오빠를 먼저 내려주었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여흥이 가시질 않아 혼자 음악을 들으며 광안리 해변을 한참 걷다가 숙소로 들어갔고, 그러고도 한참 뒤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 오빠가 추천해준 음악들과 광안리에서 찍은 내 사진이 카톡으로 와있었다.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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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함께 들은 음악들

Arc De Soleil, 산울림, Cuco, Boy Pablo, Sunset Rollercoatser, 장필순, Pantera, Mid High Club, Tom Waits, Radiohead, Vulfpeck, 소금, 바밍타이거, 윤상, 검정치마, Yamashita Tatsuro, Takeuchi Mariya, Honne, 조규찬, Mellow Fellow, Roosevelt, Adele, Wave to earth, 그외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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