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으로 말하는 고교 서열화 이야기 1 by kimjagu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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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는 고교 서열화 이야기 1
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일요일인 어제(7.21) [서울 광화문에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 5000명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1/2019072101360.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를 열었다고 합니다.

![](https://cdn.steemitimages.com/DQmYYP8xSrNSeStNvdW23xVoR6zEbFm4admzPmzPh1gyBdz/image.png)
(사진설명 : 위 기사에 나온 연합뉴스 사진)

그동안 자사고는 특목고와 더불어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습니다.

[올해 1월 김해영 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https://www.d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291),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 신입생들에 상대적으로 중학교 내신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경기도의 모 공립고등학교입니다만, 당시만 해도 경기도는 고교평준화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ㄱ고등학교 역시 중학교 내신 상위권 학생들이 몰린 그런 곳이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외고 혹은 비평준화 선발고등학교 출신을 많이 만나게 됐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고교시절의 경험과 그 친구들의 고교시절의 경험은 여러 가지로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2019년의 자사고, 외고의 현실과는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비슷한 부분도 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사고가 '대학 입시학원'처럼 취급받는 것처럼 제가 다닌 학교도 그랬습니다.

소위 말하는 SKY 대학 진학자가 반별로 10명 내외였고, 재수 삼수생을 포함하면 그 비율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하지만 외부의 인식과 달리 학교 내부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력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다같이 손잡고 명문대 가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고교시절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며 어울리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자사고나 특목고에서는 협력보다는 경쟁이 강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졸업할 때 봤던 연합고사(고입선발고사)도 지금은 전부 없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사고, 외고를 다니지 않았거나, 자녀가 자사고, 외고를 다니지 않은 분들께는 참고가 될만한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 입학

제가 중학생이던 1990년대 말에는 내신성적 200점과 연합고사 200점을 합한 총점에 따라 진학할 고등학교가 결정됐습니다. 연합고사를 보기 전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맞게 실업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지원합니다. 학원을 다니는 중학생들은 모의고사를 여러번 보기 때문에 자신의 연합고사 예상점수를 대략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경기도 각지의 고등학교는 (넘사벽 입시성적을 자랑한 경기과학고, 민족사관고는 논외) 1기 신도시의 대표적인 지역명을 딴 공립고가 상위권, 사립고가 중위권,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번화가와 인접한 공립, 사립고가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인터넷 보급이 막 시작된 시기라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빠른 정보교류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정보에 민감한 학생, 학부모들은 학원가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정확한 고등학교 서열을 알고 있었습니다. 몇몇 학원에서는 최근 몇년간 고등학교 입시결과(입결) 점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학생들에게 고교 진학상담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원한 고등학교는 지역 고교 중에서도 가장 입학점수가 높은 학교(ㄱ고등학교)였습니다. 중학교 3년간 저는 40여명의 반 학생들 중 3~5등 정도를 유지했습니다. 내신점수는 제 기억으로 200점 만점에 181~2점 정도였습니다. 이정도 점수는 사실 ㄱ고에 들어가기에 많이 모자란 점수입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었습니다. 동네에서 유명한 모 고교 입시학원에서 각기 다른 중학교에서 온 20여 명과 3년 가까이 학원을 다녔습니다. 입시학원은 레벨테스트를 통해 등급을 나눠 반을 운영했고, 저는 친구들과 함께 1등급 반에서 배웠습니다. 학원에서는 선행학습 뿐만 아니라 영어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선진적인 방식으로 저를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연합고사를 보기 전 저는 친구들에게 어느 학교에 지원할거냐고 물었습니다. 1명이 ㄱ고 다음으로 평가받는 ㄴ고에 지원하겠다고 했고, 다른 친구들은 전부 ㄱ고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저를 제외한 다른 학원 친구들은 전부 각자 중학교에서 전교등수 10등 이내에 들어가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저와 중학교는 갈라졌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동네에서 함께 놀았던 친구는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5등 이내 등수를 유지했습니다. 내신점수도 만점에 가까웠고, 다른 친구들도 전부 내신점수가 195점 이상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말로는 ㄱ고에 지원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내신점수에서 10점 이상이 차이나기에, 어떻게든 연합고사 한방으로 점수를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학원에서 여러 번 치렀던 연합고사 모의고사에서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한방 역전이 전혀 불가능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https://cdn.steemitimages.com/DQmeNUrtpVWz1J8FoYnbD6HFLo95yaG6Y5LxMfKpF7h9Uwi/image.png)
1990년대 말 고입 분위기를 전하는 경향신문 1998년 11월 18일자 기사 [기사링크]( http://www.bigkinds.or.kr/news/newsDetailView.do?newsId=01100101.19981118000002201)

드디어 지원 고등학교를 결정하는 날(11월말). 저는 담임 교사(40대 남성 과학교사)에게 ㄱ고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담임샘은 "안정적으로 ㄴ고에 지원하는게 어떻겠냐"고 여러차례 설득했지만 저는 연합고사를 잘 볼 자신이 있다며 듣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분의 말씀이 틀린 말이 아닌 것이, 저는 중학교 ㄱ고 지원자 중 내신점수가 최하점이었습니다.

연합고사 당일(12월).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날따라 시험이 술술 잘 풀렸습니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모의고사보다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내신 195점 친구보다도 모의고사 점수는 더 높았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가자 담임샘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우리 중학교 ㄱ고 지원자 중에 한명이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쉬는 시간에 같은 학원 멤버인 ㄷ을 불렀습니다. 저는 내신 점수가 180점 초반이었던 반면 ㄷ의 점수는 185점대 였습니다. 다만 연합고사 점수는 제가 ㄷ보다 조금 높았습니다.

저와 ㄷ은 "우리 둘 중 한명 떨어진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제가 "내신이 낮은 내 이야기인 것 같다"라고 하자 ㄷ은 "그래도 너가 연합고사를 잘봤으니까 내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등학교 합격 발표일이 됐습니다. 저와 ㄷ 모두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와 ㄷ은 매우 기뻤던 한편 '누가 떨어진거야'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알고보니 내신성적이 180점이 안됐지만 미달을 노리고 지원한 사람이 한 명 있었던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서울을 시작으로 각지에서 연합고사가 폐지 또는 고입 전형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서울은 1998년 폐지)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 2~3년 간 경기도 내 상위권 고교 중에서도 정원 미달이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암튼 이렇게 저는 ㄱ고교에 무사히 입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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