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래의 인문학 강의[012]: 제1장 역사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4 by m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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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래의 인문학 강의[012]: 제1장 역사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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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역사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 그렇다면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가?

<div style = "padding: 0px 0px 0px 60px;">  
▷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유<br>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1 : 현재가 바뀌면 역사도 바뀐다<br>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2 : 소결론에서 끌어낸 세 가지 진리<br>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3 :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항해하는 오디세우스<br>
▶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4 : 카의 블랙유머--고대사 픽션이 부러워요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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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의 블랙유머 - 고대사 픽션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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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어가다 보면 가끔 블랙유머를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에요. 

>“저는 기가 찰 정도로 숙달된 솜씨로 고대사나 중세사 서술에 몰입해 있는 동료 역사가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정말 자주 그래요. 그럴 때마다 저는 그들은 자신이 다루는 주제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좀 위로가 되지요.”<sup>[1]</sup>

이게 무슨 말일까요? 고대사나 중세사를 쓰는 역사가들의 ‘기가 찰 정도로 숙달된 솜씨’는 그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적어서라니. 그 점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지적함으로써 분명한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대사나 중세사는 ‘남아 있는 자료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원전 6세기의 그리스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것은 남아 있는 자료들 대부분이 소수의 아테네 시민들이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르시아인이나 스파르타인, 코린트인, 테베인, 심지어는 아테네의 시민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이지요. 

그 점은 한국의 ‘발해사(渤海史)’도 마찬가지입니다. 발해와 관련된 자료는 “발해인 자신에 의한 기록이 소실되어 거의 전해지지 않고 교섭 상대국이던 중국이나 일본에 단편적으로 사료가 남아 있을 뿐이어서 그 전모는 명확하지 않”습니다.<sup>[2]</s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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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4

######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sup>Herodotus</sup>의 『역사<sup>Histories</sup>』 제1권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바빌로니아 결혼 시장<sup>The Babylonian Marriage Market</sup>>의 모습. 역사적인 고증자료는 앗시리아(기원전 25세기)의 공예품에 남겨진 그림들을 참고했다고 한다. 영국의 화가 에드윈 롱<sup>Edwin Long(1829–1891)</sup>이 1875년에 그렸다. 
###### 1870년에 여성의 지위와 관련해서 새 법이 통과되었는데, 결혼한 여자도 재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전에는 결혼하면 모두 남편의 소유가 되었다. 이 그림이 공개되자 다시 결혼한 여자의 지위에 대한 토론이 거세졌고, 새 법으로도 충분치 않다는 여론에 따라 1882년에 다시 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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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기록들도 ‘순수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 당시의 어떤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던 인물들의 가치판단에 따라 ‘선택되어 보존된 생각’일 뿐입니다. 그 기록들은 “그 문서의 작성자가 생각한 것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일어났다고 생각한 것, 일어나야만 했다고 생각하거나 일어나리라고 생각한 것, 혹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생각해 주기를 원했던 것만을, 혹은 심지어 자신이 생각했다고 생각한 것만을 담고 있을 겁니다.”<sup>[3]</sup>

고대사는 그런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것도 전체 그림을 그리기에는 아주 부족해서 빈틈투성이입니다. 어쩔 수 없이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발해사가 한국에서는 한국사에 속하고, 중국에서는 중국사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잘 알려져 있듯이 발해는 다수의 말갈인과 함께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입니다. 발해를 세운 대조영은 속말 말갈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적은 양의 기록만으로 볼 때, 발해는 분명히 고구려와 관련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국하고도 관련되어 있었습니다.<sup>[4]</sup> 어떤 역사가가 무엇을 의도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쓰여질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예는 박노자의 책 『거꾸로 보는 고대사』에서도 아주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머리말의 한 부분입니다. 이 글을 읽은 뒤 책도 읽고 싶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용합니다.

>이스라엘 교과서 속 고대사는 말 그대로 ‘화려하다’. 「출애굽기」 「신명기」 등 구약성서의 서술대로, 이집트를 떠나 결국 가나안(오늘날의 팔레스타인)을 유일신의 계시에 따라 ‘영웅적으로’ 정복하는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무용담, 다윗 왕과 솔로몬 왕 시대의 위대한 대국 이스라엘, 다윗과 솔로몬의 수도였던 화려한 예루살렘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화려한 서술의 문제점은 딱 하나, 고고학을 통해 알 수 있는 역사 현실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가나안을 정복’하기는켜녕 이집트에 들어가본 적도 없는 고대 가나안 현지인의 일부였으며, 기원전 10세기, 즉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에 예루살렘은 인구가 수백 가구에 불과한 작은 성읍도시였다. ‘다윗과 솔로몬의 왕국’은 작은 성읍국가에 불과했으며, 유일신 야훼의 숭배는 일러도 기원전 8세기 이후에서야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구약성서에 기반한 이스라엘 교과서들의 고대사 서술은 결국 자아중심적 과대망상일 뿐이다. <br>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이남)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북)의 공식적 고대사 서술이 과연 윙서 이야기한 ‘이스라엘 모델’과 본질적으로 다를까?<sup>[5]</sup>

결국 자료가 부족한 고대나 중세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 픽션으로 채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픽션은 역사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므로 ‘몰두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근현대로 넘어오면 그 문제는 완전히 뒤집힙니다. 어마어마한 자료의 바다에 빠지면 익사해 버릴 수도 있을 정도예요. 그래서 근현대사를 쓰는 역사가들은 고대사를 쓰는 역사가들과 반대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골라낼 줄 알아야 합니다. 다시 이 장의 맨 앞으로 돌아가 이런 ‘사실의 바다’에 빠져 익사한 액턴 경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는 완전한 자료를 모을 때까지 역사를 쓸 수 없었고, 결국 한 권도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버렸지요. 카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역사적 객관성을 확보하는지 뒤에서 아주 명쾌하게 다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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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14, When I am tempted, as I sometimes am, to envy the extreme competence of colleagues engaged in writing ancient or medieval history, I find consolation in the reflexion that they are so competent mainly because they are so ignorant of their subject.

###### [2] 이성시 지음, 박경희 옮김, 『만들어진 고대』, 삼인, 2001년, 25쪽.

###### [3] p.16, No document can tell us more than what the document author thought - what he thought had happened, what he thought ought to happen or would happen, or perhaps only what he wanted others to think he thought, or even only what he himself thought he thought.

###### [4] 『발해고』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 “진국공은 성은 대씨고 이름은 걸걸중상이며 속말 말갈 사람이다. 속말 말갈은 속말수를 근거지로 하여 고구려의 신하로 살았다. 당나라 고종 때인 총장 1년에 고구려가 망하자 걸걸중상은 아들 대조영과 함께 가솔들을 거느리고 영주로 옮겨간 뒤 스스로를 사리라고 불렀다. 사리는 거란어로 족장이란 뜻이다.”
###### 『발해고』는 1784년에 규장각 검서관이었던 유득공(柳得恭)이 썼습니다. 현대의 도서관 사서와 비슷한 벼슬을 했던 그는 오래된 중국 역사서들(『구당서新唐書』와 『신당서新唐書』)의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써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삼국유사』(1281년경)에는 간단하게 고구려의 장군 대조영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발해사를 한국사의 일부로 다룰 생각이었다면 왜 『삼국유사』가 아니라 중국의 역사서 『신당서』(1044∼1060년)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는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5] 박노자, 『거꾸로 보는 고대사』, 한겨레출판, 2010년,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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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강창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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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글부터 정주행
###### [▲ \[000\] 강의 소개 및 전체 글 목록](https://www.manamine.net/search/%EA%B0%95%EC%9D%98%20%EC%86%8C%EA%B0%9C(Article:article/17/fcrz2FmVyoN6mfMd3y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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