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재명이 북한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선경선과정에 대북정책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노태우가 적극적으로 북방정책과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대선당시 공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당시의 세계 정세가 노태우의 정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특히 대북정책은 주변국가들의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에 국내의 의견이 결집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유독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표명이 없었다. 그래서 이재명의 지극히 단순하고 소극적인 대북정책마져 반갑게 느껴진다. 

이재명은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시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이재명은 선 제제복원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전 미국의 입장보다 조금 앞서나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재명의 조건부 제제완화라는 조건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으로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비핵화라는 조건을 받아 들일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북한비핵화라는 환상에 빠져있다. 정치가나 학자들이나 입만 열면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라는 말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북한이 처한 국제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북한비핵화는 공허한 주장에 불과해진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결심하게 된 것은 냉전종식이후 힘의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북한을 버리자 핵을 보유해야 된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냉전종식이후 지끔까지 북한이 처한 국제안보 정세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러시아는 소련처럼 북한을 위해 싸워줄 가능성이 없다. 중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서 오히려 가장 위험한 상대로 변했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전문가들 까지도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오해한다. 세상 만물이 모두 그렇듯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사정은 매우 다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동안 중국의 전략가들은 북한을 극렬하게 비난했다. 오바마 정권 당시 중국군을 북한에 진입시켜 북한핵을 제거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중국이 수용한 것은 북한의 핵을 자신의 위협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중국과 소련사이에서 등거리 정책을 했다고 하지만, 원래 북한을 만든 것은 소련이었다. 북한에게 소련과 중국은 동일한 무게가 아니었다. 지금도 북한의 외교관 중에서 가장 비중있는 사람은 러시아 대사 출신이다. 북한에서 중국이란 끊임없이 권력을 위협해온 존재다. 

북한이 마치 중국과 혈맹관계를 강조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북한 정권을 호시탐탐 노려온 중국을 어떻게 북한이 혈맹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한미관계와 북중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김일성이 오죽했으면 한국 전쟁이 끝나자 마라 중국군의 철군을 주장했겠는가? 김일성은 1956년 중국군을 북한에서 쫓아내듯이 몰아냈다. 북한이 한국전쟁이후 안보불안을 느끼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남한과 미국의 안보위협보다 북한내 중국군의 위협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을 구상함에 있어서 북한핵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북한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냥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은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에게 핵은 냉전종식이후 안보공백을 메꿀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북한을 비핵화하려면 미국과 남한은 물론 중국의 위협도 제거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조건이다. 북한비핵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북한은 지금 상황에서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고민해야 할 점은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비핵화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