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DSC9652.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ZnehhJYRVR8csTQZDoA8qzovpDkBN4XDnx9KLURqQ5Gu/_DSC9652.JPG)

아직 크루즈 세계일주는 끝나지 않았다. 돈을 모으고 백신을 맞고 내년 쯤에는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어쩌다, 크루즈>를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3번째로 탄 풀만투르에서 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각각의 집에서 재워주기까지 했던 독일 친구들 중 마틴은 한국 여행까지 왔으며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다 요즘은 뜸한 상태이다. 재미나게도 우리 셋 모두 5월 생, 쌍둥이자리인데 랄레가 쌍둥이자리가 성격이 좋다는 말을 해서 한참 웃었던 생각이 난다. 그러면서 포루투칼 부부의 별자리를 듣고 자기와는 안맞는 별자리라고 인상을 썼는데, 합리적이라고 소문난 독일 사람도 이런 걸 믿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오랜만에 메일을 보내며 생일 축하를 해줘야겠다.  가장 자주 연락을 하는 건 스티브이다. 어느 순간 스티브가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해도 답이 없고 계속 안부만 묻길래 이메일이 안가나 의아했지만 귀찮아서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으로 디엠이 하나 날라왔다.

"젠. 이거 너 맞아? 나 같이 호라이즌 탔던 스티브야"
"네네. 저 호라이즌 탔던 젠 맞아요. 스티브라고요?"
"응응. 이 아이디는 내 다른 이름이야. 네게 이메일을 많이 보냈는데 답장이 없더라고. 지금 나 너무 행복해."
"네. 저 메일 받고 계속  답변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나봐요 ㅠㅜ"

팔로워 0명, 팔로우 0명의 그 계정은 나를 찾기 위해 방금 가입한 듯 했다. 더듬더듬 인스타그램을 가입하고 나를 찾기 위해 손품을 팔았을 모습에, 나와 다시 닿아서 행복하다는 스티브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메일이 제대로 안가는 걸 알면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이놈의 게으름이란... 그리고 우리는 2~3일에 한 번씩 연락을 주고 받는다.  스티브는 빌, 카르멘, 노먼과도 다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고 있으며 습관처럼 우리 꼭 다음 크루즈를 같이 타자는 말을 하곤 한다. '난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라고 늘상 답하긴 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전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그가 2022년 9월 24일에 LA에서 출발 시드니에 도착하는 크루즈를 예약했다고 알렸다. 너와 빌과 카르멘이 이 일정을 함께 한다면 정말 굉장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유럽에서 끝난 크루즈 여행은 유럽-미국-호주까지 이어가려고 했으니 저 일정은 내게도 완벽한 일정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목-없음-3.png](https://cdn.steemitimages.com/DQmWdRy7VMYy2bKnGmJz73grVoYkrUuFMLf4zARPJHudtXY/%EC%A0%9C%EB%AA%A9-%EC%97%86%EC%9D%8C-3.png)

바로 이 일정이다. 나는 이 크루즈를 탈 수 있을까? 다시 바다 위에서 스티브와 재회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끝에 앨리스 스프링스를 만날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