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레위제 고선동]
유리 : 여기가 레레위제인가?
주디스 : 응. 바울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리타 : 하지만 에아르클레네도 엔텔레케이아도 안 보이네.
레이븐 : 이쪽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만...
주디스 : 깊어 보이네.
에스텔 : 그러네요.
패티 : 으~음, 좋은 경치로구먼.
에스텔 : 패티,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패티 : 아우, 떨어지는 건 얼간이인 카롤뿐이라네.
카롤 : 아, 안 떨어진다니까.
유리 : 내려가 보자.
주디스 : 그래.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네.
리타 : 저기, 바울보고 아래쪽에 내려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아?
주디스 : 좀 위험해. 좁기도 하고, 난기류도 너무 강해.
패티 : 확실히 바람이 강하구먼. 여기가 바람이 태어난 고향일 게 분명하다네.
에스텔 : 그러면, 이 골짜기는 바람의 어머니라는 거네요.
카롤 : 바람의 어머니라~ 굉장하다, 엄청 아래쪽에 강이 보여~
에스텔 : 강이 긴 세월 동안 조금씩 지면을 깎아 내서, 이런 지형이 된 거네요.
레이븐 : 그야말로 자연의 힘.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걸까.
카롤 : 우와~ 아래를 보니까 어질어질해~
리타 : 바보 같아...
유리 : 하하, 까불다가 헛디디지 말라고.
패티 : 자, 힘내야 한다네. 나아가세.
레이븐 : 아이고, 이거 나이 든 사람에겐 힘들어.
유리 : 정신 차려, 아저씨.
리타 : 그래, 돌아갈 때는 여길 올라가야 하니까... 아, 죽었네.
래피드 : 으르르릉.
에스텔 : 누가 오고 있어요!
주디스 : 이런 곳에, 사람이...?
듀크 : 너희...!
유리 : 듀크! 당신이었나. 변함없이 신출귀몰한데.
패티 : 유리를 구해줘서 고맙다네.
리타 : 왜 네가 고마워하는 건데...
듀크 :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유리 : 여기에 엔텔레케이아가 있는 것 같다길래, 정령이 되어 줄 수 없겠냐고 부탁 좀 해보려고 왔지.
듀크 : 정령이라는 것은 뭐지?
주디스 : 엔텔레케이아가 아파테이아를 거쳐 전생한 존재야.
에스텔 : 그 정령의 힘으로 에아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리타 : 에아르를 마나로 변환시켜서 말이지.
듀크 : ...그런가. 그래서...
유리 : 듀크...?
듀크 : 전생... 에아르를 변환... 너희는 세계를 다시 만들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근본을 말하자면 인간이 일으켰던 문제 때문에. 대단히 오만하군.
유리 : 그래도 에아르 문제를 해결 안하면 별먹기가 세계를 멸망시킬 거 아냐.
에스텔 : 베리우스도 이해해주었어요. 운디네가 되어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어요.
주디스 : 페로도 그래. 그는 이프리트로서 다시 태어났어.
듀크 : 테르카 류미레이스의 올바른 모습. 그것은 엔텔레케이아를 포함한 모든 생물이 자연스러운 형태로 생명을 운영하는 것. 그것은 너희도 알고 있으리라.
카롤 : 하지만 에아르를 조정하려고 열심이었던 그시오스도 한계를 넘어서 위험했는걸!
레이븐 : 암, 노움으로 전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패티 : 그러하네. 그래서 사람도 엔텔레케이아도 여러 생물의 벽을 넘어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거라네.
듀크 :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나는 이 세계를 지킨다.
유리 : 전에도 그랬었지.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해서 세계를 지키겠다는 건데?
듀크 : ...너희의 방해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 방해도 하지 마라. 이 앞은 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샘 중 하나가 존재하는 곳. 합당한 예를 갖춰라.
주디스 : 정작 중요한 대답은 안 해주네.
듀크 : ...작별이다. 이제는 만날 일도 없을 테지.
카롤 : 아, 저기! ...가버렸어.
레이븐 : 여전히 붙잡기 힘든 형씨일세.
에스텔 : 저 사람은... 무엇을 할 생각인 걸까요?
유리 : 모르지, 다만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야.
패티 : 내가 물어보고 오겠네. 미소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 자는 있을 수 없다네.
레이븐 : 저 붙임성 없는 녀석한테 패티의 미소녀 공격은 듣지 않을 거야.
주디스 : 리타, 왜 그러니?
리타 : 아, 응. 저 녀석의 검, 데인노모스라면 정령의 힘을 별먹기 쪽으로 돌릴 수 있겠다 싶어서...
에스텔 : 따라가서 빌려줄 수 없는지 부탁해볼까요?
레이븐 : 아니~ 저 모습으로 봐선 이제 안 빌려줄 것 같은데.
카롤 : 응...
유리 : 뭘 하든 간에, 정령이 모이기 전엔 죽도 밥도 안 돼. 지금은 거기에나 전념하자.
레이븐 : 우와~
주디스 : 이곳이 가장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샘...
에스텔 : 정말 조용하네요... 공기도 맑아서, 왠지 신성한 분위기네요.
유리 : 이 바위산 밑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패티 : 진정되는구먼...
카롤 : 진정할 때는 아니지만... 정말이야...
리타 : 거기에 고여있는 건 에아르야. 상당히 진하니까 다가가지 마.
크롬 : 왔군요.
카롤 : 어? 저 사람은...!?
패티 : 성에서 만났었다네... 크롬이었던가?
유리 : 알렉세이의 원수를 갚으러 온 건 아닌 모양인데.
크롬 : ...듀크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았겠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방식대로 세계를 지키려 하고 있으니까요.
카롤 : 엇! 듀크가 뭘 할 생각인지 알고 있는 거야!?
크롬 : 그 사람은 세계를 위해, 모든 인간의 생명을 맞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리타 : 뭐라고!?
에스텔 : 어째서 듀크는 그런 짓을!?
크롬 : 그 사람은 인간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롤 : 하지만 듀크는 우리를 도와줬었는데!?
패티 : 소중한 검도 빌려준 적도 있네만.
크롬 : 아마, 당신들 속에서부터 자신과 같은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겠죠. 아니면 당신들이 있다면 자신이 손을 쓰지 않고 끝날 거라 생각했거나.
에스텔 : 그건 대체...
유리 : 우리한테 듀크 얘기를 해서 어쩔 생각인데? 슬슬 정체 좀 드러내라고. 엔텔레케이아 누님.
카롤 : 뭐!
주디스 : 그 모습은...!
유리 : 당신 목적은 뭐야? 빙 돌려서 협력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려는 건가?
크롬 : 저도 인간은 신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이 동족의 원수가 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군요. 세계를 구할 수만 있다면 협력을 거절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와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겠다면 대결할 수밖에 없겠죠.
유리 : 그럴지도... 모르지.
크롬 : 만약 당신들이 그 사람의 힘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들의 힘, 시험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리 : 온다!
크롬 : ...훌륭합니다... 당신들이라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곘군요...
주디스 : 크롬...
크롬 : 당신들이... 바라는 대로...
리타 : 에스텔 하자, 주디스 부탁해.
에스텔 : ...네.
유리 : 부탁한다.
카롤 : 됐다!
리타 : 자고 있어...
에스텔 : 노움 때랑 마찬가지네요.
운디네 : 또 새로운 동지가 태어났군.
이프리트 : ...때로는 포근하고 때로는 세찬 바람을 다스리는 자인가.
운디네 : 노움 때처럼 에아르에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금세 눈을 뜰 테지.
에스텔 : 고마워요, 운디네.
패티 : 전에 크롬이 멈춰줬으면 한 건 듀크였던 거구먼.
카롤 : 크롬, 뭔가 듀크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아는 것 같았어.
주디스 : 응, 눈을 뜨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유리 : 일단 돌아가자.
리타 : 그래 그래. 이런 데에 오래 있을 필요 없어~
레이븐 : 으으... 또 그 비탈길이냐... 아저씨 힘들어...
레이븐 : 후아~ 겨우 반쯤은 왔나?
주디스 : 적어도 기류만 안정되어 있으면 바울한테 와달라고 하겠지만.
실프 : ...감각이... 이것이 정령이 된다는 것... 이건... 이렇게나 많은 것이 숨겨져 있었다니...
패티 : 일어난 모양이구먼.
유리 : 정신이 들었군. 어디 보자...
주디스 : 당신은... 크롬이라 불리기를 원해?
실프 : 아뇨... 저는 이미 엔텔레케이아인 크롬이 아닙니다. 새로운 이름을 받아야겠지요.
에스텔 : 그렇다면... 실프라는 이름은 어때요? 바람을 자아내는 자, 라는 의미에요.
실프 : 실프... 그러면 그것을 제 이름으로 하겠습니다.
카롤 : 그럼 다시금 잘 부탁해, 바람의 정령 실프.
실프 : 네.
유리 : ...실프, 듀크가 왜 인간을 싫어하는지 알려줄 수 없을까.
실프 : ...알겠습니다... 인마전쟁은 알고 계시겠죠. 엔텔레케이아 중에는 인간과 함께 사는 길을 고른 자들과 인간을 거부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인마전쟁은 고대의 금지를 깬 인간과 인간을 거부한 엔텔레케이아간의 싸움이었습니다.
레이븐 : 그리고 싸움은 듀크라는 영웅의 활약으로 인간이 승리를 거두고 인마전쟁은 끝이 났다.
카롤 : 듀크가 영웅?
에스텔 : 그랬던 건가요...
레이븐 : 제국이 숨겼던 진상 중 하나라는 거지.
패티 : 자기에 좋은 소문만 흘리고 안 좋은 것은 숨긴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이구먼.
에스텔 : ...패티...?
실프 : 그 전쟁은 인간의 힘만으로 승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존을 주장한 엔텔레케이아의 대표, 엘시플이 인간과 함께 싸워 승리를 가져온 것이었죠.
레이븐 : 진짜냐... 그런 이야기는 나도 몰랐는데...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듀크가 인간을 믿지 못하는 거랑 어떻게 이어진 건데?
실프 : 엘시플은 듀크의 친구였습니다. 듀크는 엘시플과 함께 인간을 거부하는 자들의 대표와 싸워 이긴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종결되었을 때, 엘시플의 힘을 두려워한 제국은 상처 입은 엘시플을 습격해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조용히 지켜보겠다고 듀크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텔 : 그런...
레이븐 : 그런 거였구나... 인간을 믿을 수 없게 될 만했네.
주디스 : 전쟁의 그림자 속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패티 : 듀크... 안됐구먼...
유리 : ...그 녀석이 얼마나 참혹한 배반을 당했다고 해도, 모든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킬 권리 따위는 없어.
실프 : 듀크보다 먼저 별먹기를 없애지 않는다면, 결국 인간은 멸망하게 될 겁니다. 서두르세요. 기류를 잠재웠습니다. 이걸로 바울도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겁니다.
주디스 : 고마워, 실프.
카롤 : 정령화는 순조롭게 됐지만...
레이븐 : 어. 듀크도 뭔가 저지를 것 같아.
유리 : ...그러게.
(바울을 불러 여기서 나가시겠습니까?)
[희망과 영광의 배 피에르티아호]
카롤 : 드디어 4속성의 정령이 모였어.
유리 : 맞아. 나머진...
에스텔 : 전 세계의 블라스티아 코어를 정령으로 전생시킨다, 였죠.
리타 : ...그러네. 4정령의 힘만으로 별먹기를 멈출 수 있으면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레이븐 : 어중간하게 덤빌 상대가 아니니 말이지. 만전을 기해야 될 거야. 실패할 수는 없으니까.
리타 : 알고는 있지만...
주디스 : 정령을 탄생시키는 것만으로도 테르카 류미레이스의 존재 방식이 달라져 있어. 세계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말이지.
에스텔 : 분명 저희의 판단만으로 온 세상 사람들의 생활까지 바꾸어 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카롤 : 그럴지도...
유리 : 우리가 하려는 일에 대해 이해받지 못한다면 하려는 짓은 알렉세이와 다를 것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해를 구할 시간도 없어.
카롤 : 그래도 제국기사단이나 길드의 모두한테 잘 이야기 해둘 수는 있지 않을까.
주디스 : 그러고서 우리 방식을 부정당했다간 우린 정말로 인류의 원수인 대악당인데?
유리 : ...난 이대로 세계가 파멸되는 건 참을 수 없어. 듀크가 하려는 걸로 세계가 구원받더라도 평범하게 살던 녀석들이 사라져선 의미가 없어. 그러니 난 대악당이라 불리더라도 블라스티아를 버리고 별먹기를 없애고 싶어. 다들, 어떻게 할래? 빠질 거라면 지금이야.
레이븐 : 이 몸은 따라가련다. 어차피 내 목숨은 브레이브 베스페리아의 것이니까.
주디스 : 나도. 페로나 베리우스가 맡긴 마음이란 게 있는걸. 거기다... 어중간한 것은 좋아하지 않아.
